코로나 사태로 일시 멈춰 버린 듯했던 산업활동으로 한껏 맑아진 방콕의 하늘. 필요한 만큼 갖춘 삶을 위해 노력하는 미니멀 사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필자
강대국과 약소국의 의미는 물론이고 빈부의 격차와 지식의 유무조차도 불과 0.1μm미크론(1천 분의 1밀리미터) 크기의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 세계가 그토록 자랑하던 과학문명의 이기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앞에서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오로지 기원전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인간이 행해 온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가 유일한 감염방지 대처 수단이었을 뿐 아니라, 이런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해법을 무시한 채 날뛰던 전 세계 최고 부강 국가의 지도자는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소위 ‘천조국’이라 불리는 나라 미국에서 불과 수개월 동안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의 사망자 수 보다 많다는 10만 명이 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6월 초 기준, 인구 6천9백만 명의 태국과 비교 시 약 5배 정도 많은 3억 3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미국에서 무려 십만 8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약 60명 내외의 사망자가 발생한 태국에 대비해 볼 때, 실로 비교 불가의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확진자 수 역시 태국이 3천 명이 조금 넘은 것 대비 미국은 187만 명을 상회하고 있기에 무려 600배 이상 많이 발생하고 있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난치병과 희귀병 치유에 엄청난 재력을 쏟아붓는 첨단의료 선진국이자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인 미국이 정작 마스크와 산소호흡기 같은 기초 방역품이자 중요 물자는 다른 나라에 공급을 의존하는 세계화의 단점 앞에 속수무책으로 사상 초유의 공중보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반면, 태국 같은 나라들은 절대다수의 공리를 추구하는 의료방역체계 국가이기에 미국 같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현실적인 방역 모범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싼값에 마스크를 구입해 언제 어디서나 착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 어디에 가도 손쉽게 사용하게끔 소독용 알코올 젤을 공공장소에 무료로 비치해 놓아도 그 누구 하나 훔쳐가지 않는 태국의 풍속도와는 달리 지금 미국은 이 험난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 국가 공권력의 흑백차별에 반발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준전시 상태와 같은 상황에까지 놓여있다.
한 그릇 35밧짜리 노점 쌀 국숫집에서도 무료 사용토록 비치되어 있는 손소독제. ⓒ필자
세계적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350,000년에 이르는 장구한 시간 동안 세상을 지배하게 된 배경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지구 상 유일한 동물이었기 때문인데, 인지 혁명을 통한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으로 집단 간의 협력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자연을 길들여 제국을 출현시키고 교역망을 확대했으며 돈이나 종교 같은 상상의 질서를 낳았으나, 그로 인해 과학이라는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되었고, 이는 결국 자본주의의 물적 생산 확대와 제국주의적 글로벌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를 통한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르렀다”라고 간파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반문케 되는 것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것을 제대로 소유하는 균형 있는 삶을 누리는 대신에 필요치 않는 것까지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려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이는 비단 어느 특정 집단에 대한 정책적 사안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서도 적용되는 소위 ‘미니멀리즘’ 논리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진정한 자신의 삶에 필요한 부분만큼을 소유하기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구현해 나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순화할수록 중요한 부분에 집중이 가능하며 소중한 것에 집중키 위해 적게 소유하더라도 더 풍요롭게 사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이다. 남과 비교하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남들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 하나라도 더 소유하려는 삶보다는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소중한 것을 위해 소중치 않은 것은 줄여나가는 사람=미니멀리스트’로의 삶이,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애쓰는 삶 보다 더 가치 있다. 이 복잡한 세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하게 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태국민들.(테이블 당 1 인 식사 규정 준수코자 빈 의자에 앉혀 놓은 업체 광고용 캐릭터 인형과 식사 중인 모습.ⓒ필자
코로나 사태 이후에 커다란 경제위기가 몰아친다는 예측들이 세간에 팽배해 있다. '2008년에 겪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대로 수술치 않고 봉합해버린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총구 트리거(방아쇠)가 세상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시점이다.
균형 있는 세상에서의 공존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특징적 소구라는 협동적 사회성이 강조되는 상황임은 물론, 인간의 생활에 긴요한 생필품의 생산과 공급에 초점을 맞춰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처럼 되어버린 다이내믹하고 스파클링 한 생활관습이나 사고방식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살자'는 태국식 안분지족(쾀퍼피양), 온정주의(남짜이), 사양지심(끄랭짜이) 그리고 공유하려는 마음(첩뱅빤) 스피릿이더 유효할 수 있다.
태국에서 살아가는 삶에서 ‘태국 다움이라는 타이니스(Thainess)와 베리 타이(Very Thai)’의 의미를 되새겨 가면서 한국 다운 발전 동력은 꾸준히 견지하는 생활태도를 이어나가면 어떨지 싶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갈 비즈니스 화두라는 ‘언택트(비접촉, 비대면, 온라인)’가 세상을 더욱 큰 고독과 소외로 몰아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