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람을 그렇게 분류한다고?"

by 스토리라인

"너 충청도 사람이지?"

느닷없이 선임하사가 나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를 늦게 받는다고 나를 질책하면서 하는 소리였다. 나는 군생활을 사단 참모부의 행정병으로 근무했다. 일하는 공간은 여느 회사 사무실과 같았고, 선임하사는 나의 직장상사인 셈이었다. 선임하사는 성격이 급하고 예민한 상사였다. 특히, 전화벨이 세번이상 울리면 짜증을 많이 냈다. 그날도, 그랬다. 내가 한 참 타이핑 중이라서 멀리 있는 전화를 빨리 받지 못했다.

나는 겉으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투덜댔다.

'아니, 빨리 받으라고 하면 되지, 거기서 충청도가 왜 나와?'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모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으로 회사를 옮겼을 때다. 내 자리의 전임자 K상무가 아직 퇴직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K는 나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1주일 후에 다른 기업의 임원으로 이직이 결정되어 있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출근 첫날 나를 다른 임원방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일일이 인사시켜 주었다. 그런데, 그가 나를 재무팀 임원에게 인사시킬 때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제 후임으로 오신 인사본부장이세요. 고향이 충남이세요. 김전무님도 충청도시지요? 동향이시네요"

정말 생소한 소개였다. 그의 이런 낯선 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고향이 뭐가 중요하다고 처음 본 사람에게 고향 이야기를 하지? 난 별로 다른 사람 고향 알고 싶지 않은데. 이 분 정말 촌스러운 분이네'

좋게 생각하면, 김전무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주어서 서로 빠르게 친해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이런 식의 소개는 영 낯설었고 기분이 좋은 일도 아니었다.


더 황당한 일도 기억난다. 내 첫직장은 모그룹사의 계열사였다. IMF를 거치면서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덩달아 우리 회사도 워크아웃 상태에 들어갔다. 회사에는 채권단 은행의 관리인이 상주하게 되었고, 회사의 사장도 바뀌었다. 그런데, 새롭게 온 A사장이 모 정부기관의 감사 출신이었는데, 감사 이전에는 모 정당의 중앙당에서 정당행정직을 오래 한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그 회사의 인사팀장이었고,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류전형과 면접 전형을 모두 끝내고 최종적인 합격자 결정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나는 후보자 리스트를 상세히 만들어서 A사장에게 보고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데로 후보자의 리스트에는 출신학교, 학과, 학점, 영어점수, 면점점수만을 포함했다. 그런데, 사장이 나에게 물었다.

"왜 이 리스트에 출신지역이 없지?"

나는 의외의 질문에 당황해 하며, 다음과 같이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포함을 한 적이 없어서, 그렇게 작성했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다시 작성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A사장은 한마디를 더 했다.

"아니 출신지역을 왜 안 보지? 당연히 출신지역을 보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 거 아닌가?"

그의 말에 나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출신지역에 균형을 맞추면서 사람을 채용한다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는 A사장이 정당 출신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출신지역이다. 그들이 사람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일반 기업과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데, 출신지역 별 균형을 맞춘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그렇게 한가한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정신 나간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기업 대표의 성향에 따라 특정 지역에 대한 개인적 선호는 있을지언정, 인사팀에서 일을 실무적으로 함에 있어서 지역을 염두에 두는 일은 없다. 적어도, 내가 다닌 회사는 그런 회사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군대에서 만난 선임하사나, 기업에서 만난 K상무와 A사장은 이상한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했다. 일로 만난 사람은 일의 특성 중 그 무엇인가로 기억하고 평가해야하지 않을까? 저런 사람들은 사람들을 공적으로 평가할 때도 제 나름의 사적기준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없어져야 할 성향들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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