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이 확정된 노력의 즐거움
- 2019년 1월 16일은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스위치용 디아블로3인 이터널 컬렉션의 완전 한글 패치가 공식 배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불완전한 한글화로 인해 눌러두었던 욕망을 해제하고 바로 온라인 샵에서 디아블로를 구입 했습니다. 러시아가 다른 국가보다 만원 정도 저렴하니 구입하실 분들은 참고 하시면 좋습니다. 젤다나 슈퍼마리오에서는 느낄 수 없던 열정을 불태우며 거진 1년 만에 스위치를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연휴를 보내는 중입니다. 그 만큼 디아블로에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특별한 매력들이 있습니다.
- 특히 스탠다드가 아닌 시즌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매번 무일푼 레벨 1짜리 캐릭터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여 시즌 마무리까지 완벽해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서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의 셋팅을 본따 동일한 캐릭터를 꿈꿀 수도 있지만, 그러한 셋팅을 위해 나와야 하는 아이템은 한 번에 가질 수 없습니다. 대체로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게 되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수 많은 아이템들을 가지고 버리게 됩니다.
- 그러한 과정에 있어서 원하지 않는 아이템이 나오면 실망하고 좌절 하기도 하지만, 때론 원하지 않는 아이템들을 조합하여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둘 때가 많습니다. 세트 방어구 6셋 효과를 위해서 끊임 없이 파밍하는 것 보다는, 2셋 효과와 적당한 전설 아이템들의 고유 효과를 섞어서 더 많은 데미지를 얻어내는 등 조금만 더 생각 하면 불완전한 상태에서 가장 효율적인 셋팅을 늘 고민하게 됩니다. 과정 자체를 즐기는 셈이죠. 주로 하는 캐릭터가 악마사냥꾼인데, 초중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지옥표범 허리 보호구' 입니다. 기본적인 주기술인 수류탄 스킬을 어마어마한 딜을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허리띠입니다. 요즘 가장 인기 좋은 셋트 아이템인 '어둠의 굴레' 2셋트 효과와 근접무기, 수류탄을 조합하면 초중반에도 걱정 없는 데미지를 뽑아 내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게임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디아블로를 즐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잘 압니다. 그렇지만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석 달에 1주일 정도 집중하여 해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중 불완전한 그 순간마저 즐겁게 내 마음대로 최고의 상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최고의 상태로 원하는 목표까지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즐겁습니다. 최적화의 즐거움을 깨닫는 순간.
- 대부분의 '파밍 게임'은 끝이 없습니다. 늘 지금 아이템보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을까 고민하곤 하죠. 그렇기에 같은 부위를 수십-수백번씩 만들고 뽀개고 사냥을 해서 다시금 얻고 하는 과정을 반복 합니다. 아무리 완벽해지는 과정이라지만, 그러한 완벽의 천장이 없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 위해서 비슷한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디아블로3에는 완벽한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바로 '원시고대' 아이템 입니다. 전설/셋트 아이템에만 존재하는 원시고대 등급은 원래 존재하던 '고대' 아이템의 최종판 입니다. 모든 옵션의 최댓값이 보장되는 고대아이템인 셈이죠. 옵션의 종류는 바뀔 수 있지만, 원하는 옵션이 모두 붙어 있는 원시고대 아이템은 그 자체로 끝판왕 아이템입니다. 흔히 이를 '우주졸업급'이라고 표현하곤 하죠. 이런 아이템을 하나 먹어두면, 지루한 파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목표가 확실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활 한 번 얻어봤네요. 추후 민첩을 광역피해로 바꿔서 계속 쓸 계획입니다. (그래도 칼데산은 끝이 없어 아마도 그럴거야)
-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고, 그러한 도전에 있어서 실패는 가볍고 보상은 무겁다는 부분 역시 매력적입니다. (하드코어 유저 분들에겐 포함 안 되는 흑흑) 대균열 도전을 통해 많은 경험치와 아이템, 전설보석 업그레이드 및 핏빛 파편을 통한 두 번째 파밍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충분히 즐겁죠. 저 중 하나만 얻는 것도 아니라, 한 번만 완료하면 모든 것들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 대균열 도전이야 말로 디아블로3 최고의 컨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뭐랄까, 다른 이들과의 층수 경쟁도 되면서, 본인 스스로의 기록도 갱신 할 수 있고 아이템 역시 매번 나와주니 그 또한 도전이며 핏빛파편을 통한 약간의 갬블까지. 직접적인 게임 실력 부터 아이템 운빨까지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컨텐츠 입니다. 원하지 않는 아이템이 나올 수는 있어도, 적어도 꽝은 없다는 것. 줄 만큼은 모두 다 퍼 준다는 것. 암만 노력해봐야 결과가 주어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현생 대부분의 도전에 비해 훨씬 기분 좋고 뿌듯한 순간임에는 확실합니다. 가끔 삶이 게임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명확한 보상을 알고, 확실한 노력에 집중하여 얻고 싶은 바를 얻어낸다. 삶도 이렇게 단순하게 살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
- 사실 디아블로3의 별명은 '수면제', '똥3' 등 그리 좋지 않은 별명들이 한가득 있습니다. 그렇지만 닌텐도 스위치라는 가벼운 플랫폼에 이식 된 뒤로는 훨씬 더 즐겁게 일상 속에서 도전들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출퇴근 길에서 한 번의 균열을 더 돌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주어지는 것 하나 없는 불행한 삶 속에서 지쳐 있다면, 디아블로와 함께 현생을 잠시 잊고 확정적 보상이 주어지는 노력에 매진해보는건 어떨까요. 그를 통해 다시금 현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