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백수 방쿤 Nov 05. 2018

'양심적 병역 거부'가 내게 던지는 질문

소소한 자문 자답

Q1. 양심을 측정 할 수 있는가?

>> 크게 두 가지 물음이 더 붙는다. '대상이 가진 의지가 양심이라 부를 수 있는 선한 의지인가?' 와 '그 의지의 정량적 측정이 가능한가?'의 문제. 개인이 양심적 판단에 의거 특정한 행동을 실천 할 때, 그러한 실천이 양심적 행동이었다 판단 할 수 있는 근거를 시스템적으로 구축 할 수 있는가? 양심적이었다면 얼마나 양심적이었다 말할 수 있을까?

A1 >> 인간 심리를 정량적으로 측정 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연구는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으나 실제로 뚜렷하게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법적으로 강제 할 만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가치판단의 기준이 '양심'이 된다면 그 모든 판단의 결과는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가까우며, 주관적 판단이라 함은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지기에는 힘든 경우가 많다. 양심은 정량화된 측정법을 사용 할 수 없기에, 양심과 그 의지를 입증 할 만한 간접적 방법과 우회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여 그러한 테스트를 통과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개인의 선한 의지'인 양심에 사회적 구성원 모두가 암묵적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를 실질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법적 근거가 완성이 되어야 한다.


Q2. 종교적 교리에 의거한 판단은 항상 선한가?

>> 양심은 본디 '개인의 선한 의지'에 근거한다. 즉, 사회적으로 해악을 입히지 않을 개인의 자유 의지에 근거하여 스스로 다짐하고 실천 하는 마음인데 그러한 양심 자체를 종교적 교리에 근거하여 '집단적 의지'에 의한 판단을 내렸을 때, 종교적 교리에 의거한 판단도 선한 판단이라 부를 수 있는가?

A2 >> 이미 종교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인민을 착취하고 대중의 피를 빨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지도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 ISIS, 옴진리교, 존스타운 등등 수 많은 '자칭 종교'라는 유사 집단들에 의해 많은 이들이 세뇌당하고 희생당하는 것들을 많이 보아왔다. '종교는 선한 집단.'이라는 명제는 항상 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교리에 의한 판단'일지라도 그러한 판단이 항상 선한 판단인지는 다시금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며, 설령 그러한 판단이 사회적으로 선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것이 정녕 개인 스스로 가진 의지인지, 어릴때 부터 학습되어온 규범에 의한 세뇌인지는 다시금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의 자아가 형성 되기 이전에 종교에 발을 들이게 하는 행위는 위험하며, 개인의 자아와 종교를 뗄 수 없는 일종의 세뇌 상태에서 그릇된 판단을 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종교적 교리에 의거한 판단은 항상 선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종교적 교리에만 의거하여 믿고 따르는 사람일수록 개인의 자유 의지는 희미할 가능성도 크다. 즉, 종교적 교리에 의거한 판단은 그 자체로 양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 판단이 선할지라도 개인의 자유 의지가 아닐 수 있고, 개인의 자유 의지로 종교적 교리를 빗대어 설명한다면 사실상 종교적 교리를 핑계로 대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Q3. 병역 이행은 비양심적인가?

>>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단어 뒤에 으레 따라붙는 되물음. '그렇다면 병역이행자는 비양심적이라는 것이냐?'에 대한 물음이다. 

A3 >> 사실 이 지점에서 병역이행자들이 발끈하거나 단어 하나하나에 열을 낼 필요는 없다. 개인의 양심은 개인이 측정하고 유지하는 마음의 상태이기에 스스로 떳떳하고 양심적으로 살아 왔고,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그 자체가 양심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부여한 의무를 이행한 것을 비양심적이라 부르는 사람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설령 그렇게 부르는 인간들이 있더라도 헛소리나 다름없기에 무시하면 그만이다. 부디 "니들이 양심적으로 군대를 안 가면, 군대 간 나는 비양심적이냐?"라는 일차원적인 물음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병역이행에 있어서 뚜렷한 의문이나 문제제기 없이 모든 의무를 성실히 마쳤다면, 타인이 군대를 가느냐마느냐 하는 문제에서 내 양심이 그릇되거나 잘못되어 보일까 고민 할 필요는 없는셈이다. 오히려 이 얘기를 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하는 이들은 '나만 당할수는 없다'라며 말하는 수준에 불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Q4. 지금 대한민국의 병역법은 옳은가?

>>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다. 신체 건강한 남성 청년들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과연 옳은가? 
A4 >> 궁극적으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옮겨가야 하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신체적 조건에 맞는 모두를 강제적으로 징병하여 병역 자원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자격 조건에 맞는 이들 중 희망하는 자에게 훨씬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줌과 동시에 사실상 전군의 직업군인화를 이루면 된다. 당장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직업적 전문화가 필요한 분야부터 천천히 이루어 나가면 못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노량진에 있는 수 많은 경찰공무원/소방공무원 학원 등이 군인학원으로 바뀔 날도 오지 않으려나. '남자니까 가야만 했던' 병역의 의무가 사회에서는 역차별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부분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실상 지금의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는 개인의 양심에 따른 판단에 대한 존중과 시대착오적인 징병제가 맞물렸을 뿐이다.


A5. 정리

>> 개인이 양심적 판단에 근거하여 일방적인 의무를 거부하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양심적 판단에 근거하여, 폭력의 재생산과 증오의 확대를 낳는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입장도 얼마든지 수용 가능한 시대다. 다만 그러한 양심을 단순히 '의무 이행 기피용 핑계'로 대고 있는지, 혹은 그러한 양심이 있는 척 종교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지 판단 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기에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순수한 개인적 양심에 근거한 병역 이행의 거부는 존중한다. 다만 '의무의 이행'측면에서 따라오는 선택 가능한 타 의무 이행 제시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원하는 만큼 맞춰줘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시스템을 마련한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병역 불이행자들의 양심'을 측정 할 정량적 방법이 없기에 양심 이행을 위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확인 할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단순히 특정 종교에 교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 만으로 '양심적'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그것을 넘어서서 오롯이 개인적으로 견뎌내야 할 사회적 의무를 던져 주는 것이 비로소 '양심적 대체 복무'의 시발점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는 건강한 개인주의자가 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