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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Mar 15. 2021

도서 추천 <서울예고 졸업 그 후>

3월 4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


3월 10일에 우편으로 집에 도착했고, 온 날로 단숨에 다 읽었다. 나갔다 와서 옷도 안 갈아입고 식탁에 정자세로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5시간쯤 있었나 보다. 저녁도 굶고 내리읽었다. 밥 안 먹어도 괜찮아, 가슴이 벅차 배부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나중에 허리랑 목은 좀 아팠지만 ^^)


이 책은 나의 서울예고 동기들이 쓴 책이다. 페이스북을 안 해 동기들 소식을 잘 모르다가 블로그를 하게 되면서 작년에 이 책의 대표 저자인 수란이와 연락이 닿았는데 - 네이버에 정말 감사!! - 이 책의 출간 이야기를 듣고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사실 내가 페이스북을 안 하는 이유가 음악 하는 사람들의 틀에 박힌 자기 PR이 보기 불편해서인데, <서울예고 졸업 그 후> 출간 소식을 알리는 페이지가 만들어진 걸 알고 백만 년 만에 페이스북에 로그인해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이렇게 기쁘게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른 것은 처음이다 ㅎㅎ





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될지...


<서울예고 졸업 그 후>에는 '사이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속 시원한 청량감과, 눈물 날 것 같은 공감, 그리고 업계(?) 선배들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모두 담겨있다. 제목만 보고 혹자는 그냥 일반적인 에세이 아니냐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글쓴이들은 그런 뻔한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괜찮은 고전문학을 읽었을 때의 만족감을 느꼈다.


나도 음악을 하고 있지만, 음악을 하는 주변인들에게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최대한 있어 보이게 포장한 프로필 문구와 사진, 듣는 사람보다 본인 자신을 위해 하는 연주, 변화 없이 늘 비슷하고 흐름에 따르는 모습... 다들 처음엔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겠지만, 어른이 되어 음악이 직업이 되다 보면 더 이상 음악은 없고 '생존을 위한 활동'만 남는다. 삶과 예술에 대한 본질을 고민하는 음악가는 드물다.


교수, 콘서트 연주자가 되기 위해 흔히 말하는 '자리 잡는 코스'를 가는 것만이 음악 전공자의 선택지는 아니다. 우리가 음악을 전공했던 이유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탐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남들보다 어린 나이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운 예술의 본질을 우리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영 대학 나온 사람이 모두 대기업 CEO가 되는 것에만 목매지 않듯, 우리 음악 전공자들도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진로를 모색하고 다가오는 상황들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원래 직진이 가장 쉬운 법이다.


시트콤 세친구의 그 유명한 안문숙 '직진' 에피소드. 방향을 바꿀 줄 몰라서 부산까지 직진했다.



<서울예고 졸업 그 후>,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것은 글을 쓴 10명의 친구들이 모두 선택권을 가지는 안목, 그리고 방향을 바꾸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자주적, 진취적인 사람들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넓은 시야로 주변 경치를 볼 수 있고, 좌회전, 우회전, 차선 변경 자유롭게 할 줄 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깨어 있고 빛이 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길이 열리고 환영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살았구나, 통찰력이 있는 진짜 예술가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글만 읽는데도 각자의 캐릭터가 엄청 확실하고 개성 있다. 활자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ㅋㅋ





이 친구들의 음악을 예고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들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다른 '떡잎'들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줄 몰랐던 고등학생 때의 내가 너무너무 아쉽다. 이제는 음악을 통해 사람을 듣는 귀가 조금 생겼는데, 더 이상 17세가 아니군그래;;; 지금은 다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동기들이 모여서 나중에 60살쯤 되어 음악회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음악 전공생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음악인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음악 바보'가 아닌 음악을 할 줄 아는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이 되어야 이런 좋은 책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




P.S.

우리가 서울예고 44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이제 까먹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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