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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Dec 03. 2021

프로와 아마추어

내가 과연 프로페셔널인지 아마추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선생으로는 프로라고 불러도 떳떳하지만 연주자로서는 아마추어에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


나는 도덕적으로 나쁜 인간은 아니지만 그닥 친근하고 편한 스타일은 아니다. 까다롭고 트집이 많다. (그러니 시집을  가지. 나도 안다.) 남들한테만 예민한  아니라  흠도  본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을 추구하기 보다는 나쁜 습관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왔고, 그런 과정에서 노하우가 축적이 되었다. 선생으로는 내가 학생에게서 돈을 받고 가르쳐주는 거니까 트집이 많을수록 고마워한다. 배우는  있으니까. 가르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되고, 상대방도 그걸 원하니까 나의 까다로움이 장점이 된다. ​


하지만 연주자로서는 이런 내 성질이 불편해진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연주자로서는 아마추어 중에서도 상 아마추어라 해야 할 것이다. 학교 졸업한 지 12년도 더 지났지만 지금도 쿨하지 못하게 열심이다. 나도 바쁠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일에는 늘 성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연주이던 내 자신을 테스트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내 졸업시험, 졸업연주처럼 준비했다. ​


프로페셔널이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몹시 바쁘다. 프로라는 말이 그런 뜻이잖아, 음악으로 돈을 벌 정도여야 프로페셔널인데 먹고 살 만큼 벌려면 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일이 많으니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실내악이다 보니 늘 같이 연주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프로페셔널이라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은 많아 바쁜데 연습은 못하니까 상태가 영 아닐 때가 많다. 그렇지만 다 같이 '선생님'이다 보니 (그놈의 선생님 소리 ㅡㅡ;;;) 말도 조심스럽게 해야 되고, 내가 할 얘기를 하면 '피곤하게 말 많은 가성비 떨어지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음악 하는 사람들이 한 번 연주에 받는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고작 그 돈을 위해서 굳이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야 해?' 하고 생각하는 프로들이 많은 것 같다. 적당히 준비하고, 무대에 나가면 어떻게든 되더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내가 보기에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찍기’처럼 운에 맡기는 거다.

프로와 아마추어... 양쪽 다 입장이 있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 하는 사람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야. 이건 음악뿐 아니라 미술, 체육, 연기 다 마찬가지. 자기 작업에 집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돈을 버는데도 시간이 든다. 결국 돈이냐 작업이냐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내 작업에 열을 올리는 건 괜찮지만, 남들에게까지 그런 열정을 강요하는 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남들을 괴롭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괴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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