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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24. 2019

머리가 좋다는 말

지능의 다양성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흔히 듣는 말이다.

머리가 좋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박치기를 잘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머리가 좋은 것일까?



천재로 불리던 한 작가가 있었다.

그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고민할 일이 생겼다.

고양이가 새끼를 세 마리 낳은 것이다.

문에 고양이가 다니는 구멍을 뚫어주었을 만큼 고양이를 지극히 사랑했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고양이 새끼들을 위해서 고민 끝에 작은 구멍을 세 개 더 뚫어주었다.

과연 구멍을 새로 뚫을 필요가 있었을까?


머리가 좋아서 천재나 수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일까?

공부를 잘해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일까?

흔히 말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참 어처구니없을 만큼 어리숙한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공부 지능과 생활 지능이 아예 다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학교 성적이 생활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뛰어난 암기력을 가진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암기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판단력도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판단력은 경험이나 욕구 같은 다른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판단을 잘하는 것과 기억을 잘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좋은 머리'에 핵심 요소일까.


머리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때 지능이란 개념을 쓴다.

지능은 말 그대로 '지적인 능력'을 말한다.

심리학에서 지능을 측정하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실제 나이와 정신 나이를 견주어서 수치를 매겼다.

예를 들어서 5세 아이가 10세들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낸다면 지능지수(IQ)가 200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능을 이렇게 정의할 때 문제가 생겼다.


연령별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고, 또 갈수록 문제를 풀 수 있는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전엔 7세가 되어야 풀 수 있던 문제가 이제는 5세가 되면 풀어내는 일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능지수는 점점 높아지게 되고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웬만해서 다 천재로 판정될 판이었다.

그래서 지능을 측정하는 방법을 바꾸게 된 것이 '규준 지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규준 지능은 연령별 지능에서 나아가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나 편차가 나는지 측정해서 지능지수를 구하는 방식이다.

통계학에서 쓰는 개념인 평균과 표준편차를 적용해서 100을 평균으로 하고 표준편차에 따라서 점수를 부여한다.

이 방식으로 구해지는 지능지수는 150을 넘을 수 없다.

지능이 200이나 300이니 하는 것은 연령 대비 지능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규준 지능 개념을 도입해도 지적인 능력을 지능지수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지능을 문제를 푸는 능력만 가지고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수학은 잘 못 해도 뛰어난 음감을 가지거나 공간지각 능력이 탁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다중 지능이란 개념이 필요했다.

그 분야에 필요한 능력이 지능과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손재주가 좋은 것도 지능일 수 있고, 뛰어난 그림 실력도 지능일 수 있다.

인생살이에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알맞은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운동선수가 수학 이론에 정통한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특정 능력을 가지고 머리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을 통찰하는 안목을 측정해보면 어떨까.

학창 시절에 보인 학업성적으로 그를 평가한다면 속칭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한다.

지능에 관심을 가지는 연구자들의 관심은 궁극에는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알고 싶은 것일 것이다.

지능지수로 표현되는 '좋은 머리'가 삶을 통찰하는 안목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낸 유감스러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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