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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21. 2019

선행을 하는 마음가짐

기대심리와 불만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아홉 번째 구절이다.

원인에는 당연히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고 좋은 일을 하지 말라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



"선인선과 악인악과" - 선한 원인에 선한 결과가 오고 악한 원인에 악한 결과가 온다.

좋은 일을 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를 일러 인과법이라 하는데,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법칙이다.

콩을 얻고 싶으면 콩을 심고 팥을 얻고 싶으면 팔을 심으면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모두가 다 믿지는 않는 것 같다.

콩을 심어놓고 팥을 바라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공덕을 베풀면 당연히 좋은 과보가 돌아온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면 그 사람은 은혜를 갚는다.

그런데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좋은 일을 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오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과법이 안 맞는 것일까?


인과법은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잘못 이해해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원인이 결과로 나타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봄에 씨를 뿌리고 바로 봄에 거두는 것이 아니다.

여름내 땀 흘려 가꾸어야 가을에 만족할만한 수확을 거둔다.

원인이 숙성되어 결과로 나타나는 시간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는 인과가 맞지 않는 듯이 보이는 현상도 많다 보니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의심을 품게 된다.

공덕을 베풀면서도 좋은 과보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인과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과를 믿는다면 그냥 공덕을 베풀고 과보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당연히 좋은 과보가 올 것을 알기에 굳이 바라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면서 공덕을 베풀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인 것 같은데, 사실 여기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바로 그 함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이 정도 베풀었으니 다시 나에게 이만큼 보답이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이 과보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당연히 이 정도는 돌아와야 해.' 하는 기대심리가 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과보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으면 실제로 손해를 보게 된다.

상대가 갚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갚더라도 그냥 본전 치기인 셈이라 별 감흥이 없다.

기대대로 도모하는 마음이 클수록 실망을 할 확률이 커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도모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와 달리 이익이 크다.

상대가 갚지 않더라도 서운하지 않다.

만약 갚는다면 뜻밖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라 기쁘다.

도모하는 마음이 작을수록 만족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상대적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이야기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기대와 실제 현실의 차이만큼 실망으로 불만을 갖게 된다.

도모하는 뜻을 갖게 되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실망과 불만족의 원인만 커지고 만다.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린다면 기대심리로 도모하는 마음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고 서운한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되갚는 상대의 행위를 반갑고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범사에 감사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과보를 바라는 마음에는 인과를 불신하는데서 나오는 망상이 깔려 있다.

인과는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공덕을 베풀면 좋은 씨앗이 심어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덕의 씨앗이 자라서 좋은 과보로 돌아오기 마련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좋은 일을 열심히 하는데 힘을 기울일 뿐 돌아오는 과보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실망하거나 불만을 가질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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