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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20. 2019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화합과 관용

"남이 내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願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일곱 번째 구절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뜻이 다른 사람과 다투지 않을 것이다.

다름을 포용하고 공생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대이다.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 무엇일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뜻이 달라서'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까 부딪힌다고 보기 쉽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다르기 때문에 갈등하고 다투는 것이 아니다.


코끼리를 만져 본 맹인끼리 코끼리의 생김새를 두고 서로 다툰다.

"코끼리는 커다란 벽처럼 생겼다."

"아니다. 코끼리는 기둥같이 생겼다."

"무슨 소리냐 코끼리는 뱀처럼 길고 꾸불꾸불하다."

이렇게 그들의 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눈이 먼 사람들은 코끼리를 볼 수 없으니 자신이 만져 본 부분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단은 한 부분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경험한 부분이 한 부분이고 전체를 알려면 다른 경험도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차이가 나는 부분을 종합해서 전체의 모습을 비슷하게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옳다고 시비를 가리려 하면 갈등과 싸움만 더해질 뿐 진실은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그런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이야기들이 통합되면서 진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와 관점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참고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경험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뜻이 다르다고 해서 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고마운 친구가 되는 셈이다.


갈등과 다툼은 차이 때문이 아니라 고집 때문에 벌어진다.

자신이 모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귀담아듣기가 쉬워진다.

모르고 있음을 알기에 시비를 가리기보다 알고자 마음을 여는 것이다.

뜻에 맞는 사람들끼리 일을 도모하면 잘 될 것 같지만 '그 나물에 그 밥' 식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는 효과가 별로 나지 않는다.

모든 성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계획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내 뜻에 잘 따라주면 교만해지기 쉽다.

인정을 받고 칭찬을 듣고 존경을 받으면 기분이 우쭐해져서 자기가 잘난 줄 알게 된다.

교만해지면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결국 자기 생각의 한계에 갇혀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는 것이다.


내뜻에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을 도모하면 순조롭지 않다.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혀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서로의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관점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각자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뜻에 맞지 않는 사람과 일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화합하고 협동하게 된다.



내뜻을 고집하면서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다.

내뜻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뜻에 좌우되는 것도 또한 어리석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뜻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세계가 확장되는 이득을 얻는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포용력이 길러지고 내뜻을 표현하고 설명하면서 스스로 정리도 되고 뜻이 잘 다듬어진다.

나와 다른 것을 경계하거나 멀리하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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