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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19. 2019

친구를 사귀는 마음

마음의 순결성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 여섯 번째 구절이다.

자신이 이롭고자 친구를 이용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우정일까.

순결하지 못한 의도로 친구를 사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아야겠다.


 


심리학에 '대상관계'라는 개념이 있다.

다른 존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설명하는 개념인데 명심할 만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대상과 관계를 맺어가는데 건강한 관계 맺음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 맺음이 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다.

'나-너 관계'라고 하는데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것이다.

내가 생각이 있고 감정,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그러함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이다.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상대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나-그것 관계'라고 하는데 상대를 하나의 존중받을 인격이 아니라 내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다.

놀고 싶으면 만나서 같이 놀고 자기 멋대로 굴면서도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거나 사정을 봐주는 법이 없다.

상대는 괴롭건 말건 자기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인관계를 하는 사람은 어느새 기피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건강하지 못한 대상관계에 빠지는 이유는 건강한 관계를 미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처럼 서로 존중하고 위하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법을 알지 못한 채 나름의 상처와 피해의식으로 비뚤어진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는 도구로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십중팔구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고 봐도 된다.

알고 보면 그들도 피해자라는 말이다.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란다는 말은 불건강한 대상관계를 뜻한다.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된다는 말은 타인을 이용하려고 할 때 생기는 갈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는 목적이 나를 이용해서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마음을 줄 수 있을까.

서로 속이고 속으면서 이기적인 욕망을 쫓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상상해 보라.

많은 사람이 돈에 환장하고 물질을 쫓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는 말씀을 잘 살펴야겠다.

순수하고 청결한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난 너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 만큼 너를 사랑해."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사이다.

자신을 바쳐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순결한 마음일까?

"내가 있어야 세상도 있는 거야. 내가 제일 소중해." 이런 마음은 순결함과 반대되는 마음인 것일까?


상대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마음이나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이나 결국 똑같은 비극을 불러온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했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그에게 진 부담이 마음에 빚이 되어서 평생 무겁지 않겠는가.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일방향으로 만 가는 마음을 순결하다고 할 수는 없다.



순결한 마음은 만 위하거나 너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하는 마음이다.

나와 너라는 경계를 두는 순간 이미 순결하지 않다.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고 나의 기쁨이 너의 기쁨일 때 온전히 순결한 것이다.

나와 너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우리가 되었을 때 티끌 없이 순결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친구 사이에 가지는 마음을 우정이라고 한다.

우정은 일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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