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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26. 2019

사람도 소도 다 잊다

인우구망(人牛俱忘)

오직 원 하나만 있다.

사람도 소도 사라지고 커다란 원이 화면을 채운 그림이다.

진정한 깨달음이다.

이제 미혹에 빠지지 않는다.



일원상(一圓相)이라 한다.

원은 둥글다.

전혀 모나지 않은 모양이다.

시작도 끝도 없고 위도 아래도 없다.

모든 분별을 넘어선 본질 자체를 상징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고도 한다.

현상이 그대로 본질이라는 말이다.

본성을 찾아 파고들었더니 텅 비어 있다.

주관도 객관도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이것이 최고의 깨달음이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온갖 장애를 뚫고 목표를 이룬다.

그런데 성취한 기쁨은 잠시일 뿐이다.

이루고 보면 별 것 아니다.


누군가가 밉고 원망스럽다.

그래서 복수의 칼을 간다.

그를 응징하는 순간 후련하다.

곧 허무감이 밀려든다.


절대인 줄 알았는데 절대는 없었다.

이를 확인하는 순간 한 곳을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이 허망하다.

과연 삶을 바쳐가면서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본성을 찾아보니 애초부터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절대로 해야 할 그 무엇도 없었다.

누군가는 이를 '텅 빈 충만'이라 표현했다.



부족할 때 채우려 한다.

부족함이 없으면 채울 것도 없다.

모든 것을 다 갖춰서 부족함이 없음이 원만(圓滿)이다.

모든 존재가 원만함을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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