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노인이 된 애순이 스케치북을 두고 망설인다.
무엇이든 써보라는 강사의 말에 결국 크레파스를 집는다.
하얀 종이를 파란색으로 가득 채운다.
결국은 바당(바다의 제주도 방언)이었다.
애순은 섬에서 일생을 보냈다.
세 가지 안생 소원 가운데 하나가 뭍에서 사는 것일 정도로 바다를 떠나고 싶었다.
바다는 부모와 자식까지 앗아간 두려움이자 미움이었다.
하지만 평생을 바다에 의지하며 살기도 했다.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할 때 남는 것은 결국 바당이었다.
평온할 때는 너무나 아름다운 바당이다.
하지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그렇게 사나울 수가 없다.
온갖 것을 풍요롭게 내어주는 바당이다.
하지만 사나운 바당은 공포 그 자체다.
하지만 어디 바당만 두 얼굴일까.
세상 모든 사물은 다 양면을 지녔다.
사랑은 황홀하면서도 괴롭다.
슬픔은 무겁지만 안정을 주기도 한다.
기쁨은 가볍지만 들뜨거나 허무감을 남기기도 한다.
좋음과 싫음은 늘 함께 한다.
행운과 재앙도 한 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두 얼굴을 지녔다.
애순이 자기의 삶을 돌아보니 결국 바당이었다.
휘몰아치던 태풍도 잔잔하던 평온도 바당의 모습이었다.
자 겪고 나서 바라보면 그저 바당만 보였다.
초연하게 바라보면 울거나 웃거나 악을 쓸 일도 아니다.
하지만 겪을 때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바다를 그리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애순은 자유롭고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