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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2. 2018

진짜 공감 가짜 공감

감정이입과 공감의 차이

"요즘은 드라마를 볼 때에도 눈물이 나요. 드라마에서 바람피우는 남자를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솟곤 하지요. 그냥 드라마라고 생각하면서도 호가 치솟아요."

"저는 해결책을 바란 게 아니에요. 그냥 날 공감해주었으면 했어요. 공감해주는 말 한 마디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당신의 심정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도 겪어봐서 아는데 정말 치가 떨리게 싫지요?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안 오고..."

상담에서 공감만큼 중요하게 대접받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상담을 '공감의 예술'이라 할 정도로 공감은 상담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

상담자들이 공감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쏟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로 공감이 상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까?



감정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여러 단어가 있다.

동감, 공감, 저항감, 반감 등등.

상대의 느낌과 완전히 같을 때 동감이 되고 완전히 다를 때 반감이 들곤 한다.

일부분 이해되고 받아들여질 때 공감이나 저항감이 생긴다.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공감이 된다고 표현하고, 거슬리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서 반발심이나 저항감이 느껴진다고 보면 되겠다.


공감이란 말은 글자로 풀이해보면 '감정을 공유한다' 쯤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서 상대방이 화가 나 있을 때, 화가 난 그 심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당신 입장이라도 당신처럼 화가 날 것이다.'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공감은 상대와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대와 같은 감정이 되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진짜 공감은 상대와 다른 입장이면서도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 작용이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자신이 물에 빠져서 다급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이는 그냥 물에 빠진 사람의 심정이다.

그런데 나는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도 물에 빠진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서 신속하게 구조행위를 할 때, 이 사람은 물에 빠진 사람의 심정을 공감한 것이다.

처지와 입장이 다르더라도 남의 일이라 외면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대응하는 것이 공감이다.


집단상담이나 수련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아주 쉽게 동조하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누군가 슬픈 이야기를 하면 이 사람은 마치 자신이 그 일을 당한 것처럼 깊은 슬픔을 느낀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말하는 사람보다도 더 생생하고 강하게 감정 반응을 일으키곤 한다.

이런 모습이 공감하는 모습일까?

그렇지 않다.

공감이 아니라 유사 공감이다.


유사 공감이란 얼핏 보기에는 '공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감정이입이라 표현하는데, 감정이입과 공감은 완전히 다르다.

공감은 자신의 마음을 잊지 않고 중심을 가진 채 다른 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감정이입은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 자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그냥 자동적으로 감정이입이 되는 사람은 마치 담장이 없는 집과 같아서 자신의 영역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


상담에서 상담자가 내담자한테 하는 공감은 내담자한테는 구원의 동아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준다고 느낄 때 위안이 되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가 나와 똑같이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알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심정을 공감적으로 헤아리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 같이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곳에서 줄을 던져주고 끌어내 주는 것이다.


상담자가 공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한테 진지한 관심을 가진다.

내담자의 자리에 서서 느껴보면서도 동시에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하려면 상담자는 평소에 자신의 마음을 보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 두어서 숙련되어야 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개관적으로 살필 줄 알아야 나아갈 방향을 찾아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공감은 내담자의 감정과 일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담자가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울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가짜 공감은 오히려 감정에 빠지게 만들고 불합리한 생각이나 해로운 습관을 더 강화시켜버릴 위험이 있다.

'편들어주기'는 나쁜 버릇을 오히려 정당화해 주어서 그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편들어주기와 공감을 구분 못 하고 위로를 한답시고 편을 들어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편을 들어주는 것은 일시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그를 더 망치는 결과를 불러들인다.

가짜 공감은 편들어주기 식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남편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주부가 있다고 하자.

보통은 같이 흉을 보면서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이 사람을 달래곤 한다.

간혹 입바른 소리를 해서 편을 들지 않으면 오히려 불똥이 엉뚱하게 튀기도 한다.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참 신기한 것은 비슷한 부류끼리 모인다는 것이다.

험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서 자꾸 험담을 하게 된다.

이것이 문제를 풀거나 상황을 좋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이 상해 있는 사람한테 입바른 소리를 바로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먼저 마음부터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

이때 공감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해서 편들기나 유사 공감은 주의해야 한다.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상한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것은 굳이 그의 마음에 동조하거나 함께 불평을 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흥분된 마음을 차분히 해 줄 수 있고 부정적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끔 돕는 진짜 공감은 편들기나 유사 공감이 아니라 진짜 공감이다.


공감이 상담의 핵심이라 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감은 흥분되거나 뒤틀린 마음 상태를 차분히 바로 잡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면에서 공감이 상담의 핵심이라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공감으로 끝나버리면 변화나 성장은 기약하기 힘들다.

바라보는 시가이 달라지고 더 성숙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공감도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혼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릴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안정을 회복하기 쉬워진다.

공감이란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가 제 자리로 돌아오게끔 이끌어주는 행위이다.

당사자보다 더 호들갑을 떨거나 오지랖으로 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그를 넘어지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공감을 제대로 하려면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끔 중심을 확실히 잡을 줄 알아야 한다.

'유사 공감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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