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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1. 2018

상담자도 스트레스를 받을까?

상담자의 기본 마음자세

"사람들이 상담하러 와서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힘든 이야기들을 할 텐데 그걸 다 듣고 말씀해주시다 보면 선생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으시나요? 그걸 어떻게 처리하시는지 궁금해요."

"좋은 이야기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지는데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힘들지 않나요?"

"저는 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서 너무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상담에 관심은 있지만 상담자가 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실제로 내담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다 보면 내담자의 심정과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면서 마음이 아프거나 무거워지는 경우가 참 많다.

상담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인도의 성자 한 사람이 강물이 흐르는 근처의 언덕에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강에는 나룻배가 있었고 사공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시비가 있었던지 한 사람이 사공의 노를 빼앗아 사공의 벌거벗은 상체를 향해 내리쳤다.

등을 정통으로 맞은 사공은 "어이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는데, 그의 등엔 노 자국이 선명하고 붉게 찍혔다.

언덕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성자는 사공이 쓰러지는 순간 같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졌다.

놀랍게도 그의 들에도 사공과 똑같은 자국이 생겼다.


이 이야기는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하면서도 신기하게 들었던 이야기이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몰두해 온 시절을 지낸 지금은 이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다.

사람의 마음이 작용하는 것을 아직 우리는 다 모른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어째서 자신이 맞지도 않았는데 상처가 날 수 있단 말인가!


필자가 중학교 때 겪었던 일이다.

당시에 장안동에 살았는데 멀리 왕숙천에 가서 고기를 잡곤 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갔는데 점심때쯤 되어서 갑자기 한 친구가 배가 아프다며 진땀을 흘렸다.

한 10분가량 그 친구의 고통은 계속되었고, 곧 평정을 되찾았다.

한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친구의 집이 소란스러웠다.

갑자기 그 친구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는데 배를 크게 다치셨단다.

그런데 사고 시각이 그 친구가 통증을 느끼며 힘들어하던 시간과 일치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이 경험을 나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의문을 품고 살다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텔레(Tele)'라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문이 풀렸다.

텔레파시라고 하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어떤 것을 공유하는 현상을 말한다.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무언가 공유되는 현상을 '텔레'라 한다.

텔레비전이란 단어도 '멀리서 본다'는 뜻이다.

그냥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인데 멀리 떨어져서 일어나는 일을 눈앞에서 보게 해 주니까 텔레비전인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던 인도의 성자 이야기나 중학교 때 친구한테서 나타난 현상이 다 '텔레' 작용이다.

특히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는 종종 이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확인해 보면 꿈에 나타났던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경우도 제법 많이 일어난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텔레 현상이 생길 확률이 그만큼 높다.

상담에서는 어떨까?


상담자는 내담자와 일시적이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래서 상담이 진행되면서 텔레 현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열정적으로 상담을 해보고자 하는 상담자는 내담자한테 몰입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심리상태가 상담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필자도 수련을 진행하거나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아픔을 그대로 내 몸으로 느낀 경우도 많다.

흔히들 '감정이입'이라 생각하는데 사실 이 현상을 감정이입으로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감정이 이입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보고 그와 유사한 자신의 경험이 떠오르면서 체험하는 것이 감정이입이다.

그런데 텔레는 이와 다른 현상이다.

실제 그의 느낌을 그대로 공유하는 것이다.

상담자가 내담자한테 느끼는 공감이 감정이입이라면 이는 유사 공감일 뿐이다.

텔레 현상으로 느끼는 것은 아주 깊은 공감이며 커다란 효과가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순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일이 생긴다.

함께 하면 그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담자는 덜어진 부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어떨까?

자신의 일도 아닌 내담자의 일로 받는 고통은 상담자한테 억울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에 이야기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상담하면서 생기는 상담자의 스트레스를 상담자는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면이 있다.

상담자는 왜 고생을 자초하는가?

거룩해서, 훌륭해서, 인품이 남달라서 그러는 것일까?

왜 남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가?

고귀한 희생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 다음에 남는 것은 배설된다.

똥이라 부르는 배설물은 더러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똥파리한테 똥은 음식이다.

거름으로 주면 농작물한테는 더없이 좋은 영양분이 된다.

과연 똥은 더러운 것일까?


상담자한테 내담자의 어려움과 고통은 경험하기 싫은 그래서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내담자를 도울 수 있는 확실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상담자한테 내담자가 느끼는 생생한 감정은 가장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상담자는 준비가 되어 있다.

내담자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휘말려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상담자는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대처할 수 있는 입장인 것이다.

그래서 내담자한테는 출구 없는 고통으로 여겨지지만 상담자는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다.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가 있는 그대로 공유할 때 이것이 상담자한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이유이다.



상담자가 상담에 임할 때 가지는 마음자세는 내담자와 다르다.

같은 현상을 공유하면서도 대하는 자세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내담자한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상담자한테는 더없이 보람찬 일이 될 수도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어떤 어려움도 다 받아들이고 분석해서 대안을 찾을 마음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바다가 모든 강물을 다 받아들이듯.

내담자의 어려움과 함께 하는 것이 상담자한테는 최고의 기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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