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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Oct 30. 2018

모호할 때 상담자의 판단

겸양의 미덕

'내담자가 요즘 들어 조금씩 늦는 것이 저항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히 일상생활의 변화 때문일까?'

'내담자는 남편하고 정리하고 싶은 것일까?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것일까?'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필요할까, 아니면 혼자서 지내는 법을 훈련시켜야 할까?'

'지금 내담자를 격려하는 것이 좋을까, 힘들더라도 직면을 시켜야 할까?'

상담이 진행되면서 상담자는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상황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분명한 결정을 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함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이 좋을까?



삶의 여정에서 정해진 답은 사실상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눈을 뜨는 순간 좀 더 누워있을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지부터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맞이한다.

그리고 부지불식 중에 무엇인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선택으로 채워지는 여정일 수도 있겠다.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도 참 많다.

말을 들어줄 것인가, 조언을 할 것인가.

계속 들을 것인가, 질문을 할 것인가.

지금 바로 직면을 시킬까, 나중에 기회를 봐서 할까.

지지하고 위로를 할까, 아프더라도 모순을 꼭 집어서 말해줄까.

상담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줄까, 더 이야기하도록 허용할까...


비록 내담자를 만나지 않고 있는 순간이라 하더라도 상담자가 생각할 일은 많다.

아직 상담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 같은데 직면을 시작해도 될지.

내담자의 저항이 나타나고 있는데 좀 더 지켜보고 대응할지, 아니면 바로 다룰지.

상담을 매주에서 격주로 하자는 내담자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점점 더 강하게 일어나는 내담자의 전이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상담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내담자한테 집중하도록 독려할지...


'애매모호함'은 상담에서 뜨거운 감자와 같다.

내담자의 욕구와 행동의 연관관계를 뚜렷이 밝혀서 내담자가 무엇을 어떻게 노력하는 것이 좋을지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다는 점에서 보면 애매모호함은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는 법이고 좋든 싫든 내담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에 상담자는 앞서서 내담자한테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고 내담자가 선택하도록 하면서 선택하기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에 상담자의 감정은 어떨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를 바라볼 때, 그 심정은 뭐라 잘라 말할 수 없는 '모호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모호함은 상담자가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성급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서 끌고 나가는 조급함은 상담에 있어서 아주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상담자가 조급하면 그 상담은 엉뚱하게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태도와 말, 행동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상담자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고 성급한 선택이나 결정을 하면, 내담자는 불안해진다.

내담자가 충분히 자신을 성찰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견디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내담자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주의 깊게 살핀다.

모호함을 그냥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내담자한테 관심을 가진다.

상담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 내담자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면서 여유를 가지고 내담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담자는 안정된 분위기에서 충분히 생각해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마치 복잡하고 지친 마음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을 가지면 치유되는 것처럼, 모호함을 기꺼이 견디며 넉넉한 품으로 기다리는 상담자의 기운이 내담자한테는 든든한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여유로움은 여 유로움을 부르고 조급함은 조급함을 부른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상담자가 그 상황 전체를 가슴에 담고 넉넉한 품으로 여유를 가진다면 내담자는 안정된 기분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애매모호함을 견디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자는 민감하고 세심하면서도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넉넉한 안정감을 평소에 닦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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