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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06. 2019

배보다 배꼽이 커질 때

전도 몽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배꼽이 배보다 클 수는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

거꾸로 뒤집히는 현상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3단계는?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이 퀴즈는 현실성이 부족하다.

냉장고는 작고 코끼리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코끼리보다 크게 만들어야 성립한다.

그런데 냉장고를 크게 하지 않고도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단 2단계로.


코끼리가 냉장고를 먹는다.

뒤집는다.

코끼리의 커다란 뱃속에 냉장고가 들어가 있는 모습은 상상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안팎을 뒤집어 버리면 코끼리는 냉장고 안에 들어가고 만다.


물론 만화 같은 상상 속의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려고 먼 곳에 다녀왔는데 교통비가 더 들었다면?

구입비용이 배라면 교통비는 배꼽이다.

배는 핵심이고 배꼽은 핵심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을 뜻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고 애를 쓴다면 행복이 배이고 노력이 배꼽이 된다.

노력한다고 행복을 포기한다면 배꼽이 더 커지는 것이다.

돈을 벌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서 돈을 버느라 행복을 뒤로 미루는 사람이 많다.

배보다 배꼽이 커져 있는 꼴이다.


상담을 하러 오는 것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가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많아서 정리하고 오겠다며 중단하는 사람이 있다.

심정이 복잡해서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상담 거리가 아닌가.

내담자가 상담자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상담에서 절대 배가 될 수 없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것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다.

행복하려고 돈을 버는 것이 정상이다.

돈을 벌려고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뒤집힌 모양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뜻밖에도 배꼽이 배보다 커진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담에서는 배보다 커진 배꼽을 공략한다.

다시 배꼽보다 배를 크게 할 수 있게 애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으면 이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욕망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바로 보지 못할 때이다.


 


마음이 크게 불편해져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때 살펴보라.

배보다 배꼽이 커져 있지 않은지.

목적과 수단을 다시 점검해보고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배꼽이 배보다 커지지 않도록 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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