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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07. 2019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잘못된 추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단 말이야~"

이런 말을 가끔 듣는다.

나는 이상했다.

왜 간사하다고 하는 거지?

독자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화장실 들어갈 때 하고 나올 때가 다르잖아. 왜 이렇게 마음이 간사하지?"

"더위에 짜증 내던 게 어제 같은데 춥다고 따뜻한 곳 찾는 거 보면 참 간사해."

"남자 친구한테 전화가 오면 목소리부터 바뀌잖아.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간사할까?"

정말 간사한 것일까?


'간사(奸邪)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뜻풀이가 이렇다.

'성질이 간교하고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

한자로도 '간음할 간'과 '삿될 사'를 쓴다.

혐오가 담긴 말이다.


상황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것을 가지고 변덕스럽거나 간사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까?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만약 변화가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

문제는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착이 생길 수 있다.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심하게 변덕을 부리는 경우에는 간사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간사해서 말이야 ~"라고 말하면서 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 간사하다고 하는지 생각해보다가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정말 간사하다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


진심이 아니라 표현이 그런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왜 그런 혐오스러운 표현을 쓸까?

좋은 말로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데 부정 표현을 쓰는 심리가 있다.

자신이 없거나 부끄럽기 때문이다.


요즘 언어 표현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혐오 단어와 숭배 단어가 극단으로 치달리며 공존한다는 것이다.

아주 격하게 공감되었다.

맵고 짠맛이 강한 음식에 길들여지듯 언어도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담아가는 것 같다.

자극이 강한 음식이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양극화된 언어는 정신에 해롭다.



변화하는 마음을 간사하다고 하지 말자.

변화에 반응하지 못하는 둔함을 오히려 경계하자.

너무 예민한 것도 문제지만 둔감한 것도 좋지 않다.

극단으로 자극하기보다는 평온을 유지하며 정확하고 뚜렷하게 보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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