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
오르막길은 위로 간다.
내리막길은 아래로 간다.
오르막은 중력을 거스른다.
내리막은 중력을 따른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함께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날아올랐으니 추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날아오를 때는 좋아하다가 추락할 때는 괴로워한다.
과연 오르기만 하거나 내려가기만 할 수도 있을까.
흑백논리 속에서는 양극만 존재한다.
오르막은 신나고 내리막은 침울하다.
오르막이 선이고 내리막이 악이다.
그런데 현실은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도 있고 내리막이 있어야 오르막도 있다.
흑백논리는 현실을 부분만 보는 것이다.
오르막길을 갈 때 힘이 들고 숨이 찬다.
하지만 완만한 경사라면 힘들지 않다.
내리막길을 갈 때 힘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급경사라면 위험하다.
오르막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산길을 갈 때 '깔딱 고개'라는 것이 있다.
얼마나 숨찬지 숨이 깔딱 넘어갈 정도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산길을 갈 때 오르막이 계속되면 정말 힘들다.
내리막이라고 해서 실망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역시 산길을 갈 때 내리막길을 만나면 숨을 고를 수 있다.
산행 자체만 놓고 보면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반갑다.
물론 내리막만 계속되면 지루할 수 있다.
인생사엔 온갖 일이 벌어진다.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점점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점점 나아지고 순조로울 때 오르막길이라 비유해서 말한다.
실패하고 좌절할 때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산행할 때와 다르게 인생사에서는 오르막을 선호한다.
승승장구하는 삶을 꿈꾸곤 한다.
뜻대로 되지 않거나 좌절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해서 다가오기 마련이다.
현명한 사람은 오르막일 때 오히려 절제한다.
그래서 갑자기 추락하는 일을 예방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오르막일 때 기고만장한다.
그래서 갑자기 추락하고 만다.
현명한 사람은 내리막일 때 오히려 힘을 낸다.
그래서 곧 평정을 찾아 최선의 대응을 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내리막일 때 포기해 버린다.
그래서 회복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오르막길을 걷고 있을 때 내리막을 대비할 줄 알아야 한다.
내리막을 가고 있을 때 숨 고르며 올라갈 일을 준비해야 한다.
흑백논리에 빠지면 눈이 먼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그냥 걸어가야 할 길일뿐이다.
지금 오르막 길에 접어들었는가?
그렇다면 숨 고르고 절제하자.
지금 내리막 길을 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숨 고르고 힘을 모으자.
내 인생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