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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7. 2018

감정이 정화될 때

마음 온도 조절

어두운 밤에 맑은 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보인다.

그냥 별이 보일 뿐인데 마음에 별이 박히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고민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한없이 넓어진다.

이것은 별이 부리는 마법일까?



통곡을 해본 적이 있는가?

목놓아 엉엉 울고 나면 온몸이 나른해진다.

푹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깨끗해져 있다.

홍수에 모든 것이 휩쓸려 가버리듯, 통곡에 고민이 쓸려 갔나 보다.


어떤 사람들은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안 된다고 한다.

울음이 나오는데 습관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지 않으려 용을 쓰게 된단다.

한번 시원하게 울어보는 것이 소원이라 한다.

억압이다.

감정을 꾹꾹 눌러버리는 것이다.

감정이 터져 나오는 걸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눌러버리는 것이다.

억압을 할 때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들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늘 긴장해 있고 정신적인 피로를 쉬 느낀다.

마치 내면에 눈을 부릅뜬 감시자가 있는 양 잠시도 자기를 자유롭게 두지 못 한다.

시비 분별에 속박되어 있는 모습이다.

별 일이 없어도 마음은 늘 분주하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려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가 문득 걱정이 되었다.

통곡이란 말부터 시작했기에 혹시 감정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통곡을 해야 하는가 보다 하고 오해할까 봐.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리는 것이 감정이 정화되는 한 모습임에는 분명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화가 나서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 울어버리는 것은 감정이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꼬이며 쌓인다.

이렇게 울면 시원해지지 않고 오히려 아파진다.

놓아버리는 울음이어야 정화가 된다.


감정 정화는 꼭 울어야 되는 것일까?

너무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다.

크게 웃어도 크게 정화되고 숨을 시원하게 쉬어도 감정은 정화될 수 있다.

그런데 감정이 깊이 정화될 때에는 보통 눈물이 난다.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것처럼 가슴에 맺혀 있던 것이 풀리면서 눈물로 나오는 듯하다.

기쁨의 눈물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는 감정이 정화되는 경험을 한다.

상담자와 좋은 상담 관계가 형성되면서 안심을 하게 되고 긴장이 풀리면서 감정은 자유를 얻게 된다.

자유롭게 표현된 감정이 이해되고 공감받으면서 감정은 무장해제를 시작한다.

분노가 풀리면서 숨이 고르게 된다.

원망이 풀리면서 마음이 넓어진다.

슬픔이 풀리면서 평화로움이 찾아든다.

불안이 풀리면서 안정을 찾는다.

두려움이 풀리면서 사랑이 싹튼다.


얼음이 녹으려면 열을 가해야 한다.

내담자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은 상담자의 공감과 격려이다.

상담자의 사려 깊은 이해와 공감, 격려를 통해서 내담자는 억눌렸던 감정에 빛을 쪼이기 시작한다.

꾹꾹 눌러두었던 감정에 빛이 비치고 온기가 가해지면서 얼었던 감정이 녹기 시작한다.

녹은 물이 감정의 찌꺼기들은 씻는다.

감정이 정화되는 순간이다.


감당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서 어두운 잠재의식으로 꾹꾹 눌러 감춰버렸던 감정에 관심이란 빛을 쪼이기 시작하면 얼어서 굳어 있던 감정이 말랑말랑해진다.

여기에 공감과 격려라면 열이 가해지면 순식간에 얼음이 녹는다.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공감이라면 화력이 좋지 않아 얼어붙은 감정을 잘 녹이지 못한다.

상담자의 열정이 필요한 지점이다.



온갖 고민에 휩싸여 혼란스러울 때 감정을 다독일 여유가 없다.

상담을 하면서 이 혼란이 정리되고 비로소 감정을 돌아볼 여유를 얻는다.

방치되었던 감정에 따뜻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감정은 정화의 과정에 들어간다.

감정이 정화될 때 비로소 잃었던 본심을 다시 만나게 된다.

만남의 기쁨이 눈물로 나온다.

후련하고 시원하면서도 한없이 따스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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