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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08. 2018

공감을 품은 직면을 만날 때

진정한 공감

"선생님은 너무 예리해서 오히려 겁이 나요. 속을 다 들키는 것 같거든요."

"속이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부끄럽단 말이시죠?"

"그렇지만 한편으론 깊이 이해받는 것 같아서 시원하고 든든해요."

"그렇죠. 양면이 있지요. 상담이란 것 자체가 어쩌면 불편한 진실을 만나는 작업일 거예요."

"그런 것 같아요. 생각하기 따라서 아주 두려운 일이 또 엄청 바라던 일이기도 해요. 누가 나를 알아주었으면 싶으면서도 막상 깊이 알아주니까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말이에요."



심리상담이란 활동 자체가 참 모순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한테 속마음을 보이면서도 감추고 싶어 한다.

도움을 받고자 하면서도 도움받는 것이 어색하거나 저항하게 되곤 한다.

상담이 좋긴 한데 의존하게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직면을 받으면 아프고 긴장되지만 격려만 받으면 뭔가 모르게 답답한 것이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는다.

이별을 전제로 한 만남이기에 정이 들어도 안 들어도 문제이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일방적이어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상담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지지상담통찰상담으로 나누곤 한다.

지지상담은 잘 들어주고 공감하며 격려하는 것을 주로 하는 유형이다.

정서적인 지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여유를 찾으며 힘이 난다.

상담 관계를 좋게 하거나 서로 혐력해서 어려움에 도전할 때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지지는 큰 힘이 된다.

통찰상담은 이치에 맞지 않거나 비현실적인 부분들을 발견해서 고치고자 직면하는 것을 주로 하는 유형이다.

생각이 옳게 바뀌면 시각이 달라지고 치유와 성장이 시작된다.

문제를 해결하고 좋게 바꾸어가는데 직면을 바탕으로 하는 통찰은 핵심과정이 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인지와 정서로 구분되는 것일까?

실제로는 인지와 정서라는 것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인지를 바탕으로 정서가 일어나고 정서에 따라 인지도 바뀐다.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다 보니 편의상 나눠서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인지적인 면에서 보느냐 정서적인 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진다.

정서적인 측면을 중시하면 공감이 가장 중요하고 인지적인 측면으로는 통찰이 핵심 중 핵심이 된다.


내담자의 상태에 따라서 공감해서 격려하고 지지하는 행위가 필요할 때가 있고, 반대로 직면해서 통찰을 시도해야 할 때도 있다.

내담자가 정서적으로 흔들리며 흥분하거나 불안해할 때 공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때가 많다.

공감을 해서 침착함을 회복했다면 이때를 놓치지 말고 필요한 직면을 해서 내담자가 통찰할 수 있게끔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하는 식이다.


맛있게 끓여진 찌개를 뜨거운 채로 바로 먹으면 어떻게 되는가?

맛을 느끼기는커녕 입을 데어버리고 만다.

적절한 온도까지 식혀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내담자의 감정 온도를 잘 맞추어 작업을 해야 한다.

내담자가 무미건조한 설명이나 하면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는 너무 차가운 것이다.

흥분해서 화를 내거나 크게 긴장해서 떨고 있다면 이는 너무 뜨거운 것이다.

적절한 온도는 평상심이 유지되고 있을 때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모순을 직면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할까?

꼴 보기 싫어서 공격하듯 한다면 싸움이 되고 만다.

내담자의 어리석음이 한심해서 무시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직면이 오히려 고약한 폭력이 되고 만다.

상담과정에서 상담자는 내담자한테 엄청난 권위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상담자의 본심은 상담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내담자의 모순을 직면할 때 공감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공감을 바탕으로 적절한 직면을 한다면 내담자가 기꺼이 받아들이고 진실을 깨닫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관연 공감을 바탕으로 한 직면이란 것이 가능하긴 할까?

가능하다.

그리고 상담자는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죽을힘을 다해 애써야 한다.

공감적인 직면의 실마리는 자비심에 있다.

자비심이란 상대와 나를 구분하고 차별 짓지 않는 마음이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몸을 피하러 첩첩산중에 있는 절로 도망친 건달들이 그 절에 스님들과 시합을 하게 되고, 주지스님이 시합을 주재한다.

깨진 독에 물을 채우는 과제를 주었는데, 스님들은 선문답 같은 방법으로 대답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지만 단칼에 실패 판정을 받는다.

건달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계속 실패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독을 그대로 호수에 던져 버린다.

호수에 빠진 독은 금방 물이 찼다.

건달들이 승리하고 건달이 주지스님께 묻는다.

"왜 우리 편을 들어주셨죠?"


사실 건달들은 절을 점령하고 소란스럽게 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편견 없이 자신들을 받아 준 주지스님께 고마운 마음도 들고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던 것이다.

질문을 받은 주지스님이 건달에게 되묻는다.

"너는 어떻게 문제를 풀 수 있었느냐?"라고.

건달은 "그냥 생각이 갑자기 나서 그리 했습니다." 하고 답한다.

이때 아주 인상 깊은 주지스님의 한 마디가 나온다.

"나도 그냥 깨어진 독 같은 네놈들을 내 마음에 풍덩 던져 넣었다."

이후 건달들이 달라졌다.


내 마음을 크게 해서 거기에 상대를 통째로 담는 것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통쾌하고 흐뭇한가!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직면은 이런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비 분별에 걸리지 않고 커다란 자비심으로 상대를 감싸 안아 품는 것.

한번 평생에 걸쳐 도전해볼 만한 멋진 모습 아닌가!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은 기존 관념이 깨어지면서 온다.

새로운 시각이 안 보이던 답을 발견하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인지와 정서가 본래 하나이기에 공감과 직면도 본래 하나이다.

굳이 공감이냐 직면이냐 가르지 말자.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모순에 직면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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