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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ug 07. 2019

한 손으로 내는 소리

고장난명

양손을 마주치면 소리가 난다.

박수소리다.

그런데 한 손만으로 박수소리를 낼 수 있을까.

부딪히지 않는 손바닥으로 내는 소리?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소리가 난다면 소리가 나는 원인이 있다.

손바닥을 부딪히니 소리가 나는 것처럼.


그런데 한 손으로 소리가 난다고?

그야말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는 말이다.

왜 연기가 날까?

여기에는 착각이 있다.


무언가 생각하느라 말없이 있는데 상대가 묻는다.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내 표정을 보고 상대는 내가 불편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연 나는 불편했던 것일까?


가만히 살펴보면 때지도 않은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수많은 착각과 오해가 난무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것을 상상으로 만들어내며 착각에 빠진다.

그야말로 한 손으로 소리를 내는 꼴이다.


구름 속에서 양 떼를 본다.

이때는 실제 양 떼가 아닌 줄 안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그의 마음을 읽는다.

이때는 착각인 줄 모른다.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에는 온갖 틀이 생긴다.

그래서 실제 나지도 않는 소리를 보고 있지도 않은 모습을 본다.

착각인 줄 알아차리면 진실을 알 기회가 생긴다.

착각에 빠지면 허상에 속는다.


한 손으로 소리를 내라면 황당할 것이다.

손바닥이 다른 무엇과 부딪히지 않고 박수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소리가 들렸다면 환청이다.

마음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소리일 뿐이다.


자신의 시각으로 객관 사실을 바로 보고 있다고 자신해선 안 된다.

내 경험은 내 경험일 뿐이다.

내 고집을 내려놓아야 다른 사람들의 말이 제대로 들린다.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은 한 손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일어날 때 가만히 그 마음을 본다.

이것저것 갖다 붙이며 소란을 떨 일이 아니다.

실재하지 않는 환각에 속지 않으려 조심해야 한다.

한 손만으로 박수소리를 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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