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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Nov 26. 2019

든든한 벽 답답한 벽

경계의 양면

가로막힌 벽이 답답하다.

벽이 막아줘서 든든하다.

경계를 가르는 벽의 양면성이다.

역시 맥락이 중요하다.



벽은 경계를 가른다.

건물의 벽은 바람과 볕을 막는다.

방호벽은 총알을 막는다.

마음의 벽은 내면을 지키려고 만든다.


해로운 것은 막아야 한다.

해로움을 막아주는 벽은 든든하다.

이로운 것은 막으면 곤란하다.

이로움을 가로막는 벽은 답답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갈등도 무너졌다.

잘려서 받았던 고통이 치유되었다.

벽에 가로막혔던 애절함이 만남의 기쁨이 되었다.

억지로 갈라놓은 벽은 허물어야 마땅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벽이 있다.

필요한 벽도 있고 장애물인 벽도 있다.

벽을 이루는 재료도 다양하다.

무관심, 욕망, 두려움, 체면, 고집...


주변을 온통 단단한 벽으로 막아놓은 사람도 있다.

스스로 쌓아 올린 마음의 벽 속에 웅크리고 있다.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미움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갇혀 있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생명은 서로 통해야 한다.

벽을 쌓아도 창문은 있어야 한다.

막을 것은 막고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킨다.

안전과 소통을 겸비하는 지혜다.


벽을 쌓아 안전한 공간을 만들면 안심이 된다.

하지만 오래 갇혀 있으면 답답해진다.

그래서 통하는 문이 있어야 한다.

드나들 수 있는 벽은 양수겸장이다.


창문은 시선이 드나들 수 있다.

문은 몸이 드나들 수 있다.

창문도 문도 없는 벽은 완전한 단절이다.

단절은 답답하다.



벽을 쌓더라도 볼 수 있는 창은 만들자.

때에 따라 드나들 수 있는 문을 만들면 더 좋겠다.

보이지도 않고 드나들 수도 없는 꽉 막힌 벽은 답답하다.

든든한 벽은 남겨두고 답답한 벽은 리모델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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