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부정성
"몸도 마음도 형편없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고졸 백수라고 소개한 20대 후반 남자의 하소연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느라 군대도 면제되었다.
자신을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9월 3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은 회색빛이다.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사연자의 말대로 따라가면 깜깜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사연의 내용은 참 심각하다.
그런데 사연을 기술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아주 침착하고 차분하고 깔끔하다.
이런 모순은 왜 생기는 걸까.
능력과 태도는 서로 관련되기 마련이다.
긍정하고 적극 나서는 태도를 가지면 능력이 개발되기 쉽다.
부정하고 물러서는 태도라면 능력이 개발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평가라는 요인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능력이나 성취를 가늠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온다.
곧잘 하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가지면 부정 평가를 하게 된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시험불안이나 무대공포증 같은 현상이다.
이 사연자는 자신을 완전히 낮게 평가한다.
불안과 우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니 정신 건강이 취약하다고 단정한다.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했을 때 견디지 못하는 몸이기에 몸 건강도 엉망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이 곧 이혼할 것 같아서 환경도 아주 나쁘다고 본다.
자신을 돌아보면 안팎으로 내세울 것 하나 없이 한심하기만 하다.
몸과 마음 모두 다 결함투성이인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그래서 절망감에 빠졌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점을 놓쳤다.
사연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자신에게 없는 것만 보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미 가진 것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오감이 멀쩡하게 작용하고 고민도 할 줄 안다.
다만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이 문제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는 상대적이다.
성공한 인생도 실패한 인생도 따로 없다.
상대성을 상대성으로 볼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