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 질문

범주 나눔

by 방기연

"성 정체성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제 고민됩니다."

고2 여학생의 고민이다.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에 혼란스럽다.

어떤 범주에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3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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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는 중2 때 동성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동성을 짝사랑하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변에는 자신이 레즈라고 커밍아웃한 친구들이 제법 많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에 사연자는 맞지 않는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자면 레즈는 남자 아이돌한테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사연자는 잘생긴 남자를 아주 좋아한다.

이것 말고도 친구들 이야기에 해당되지 않는 성향이 많아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성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고도 잘 살아왔다.


여자와 사귄다고 생각하면 아주 좋다.

그렇지만 스킨십을 하고 이런저런 행위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지만 사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떤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을 보면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사연자는 왜 성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을까.

사람을 깊이 사귀어본 경험이 없다.

짝사랑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서로 깊이 소통하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경험이 없이도 선호는 생길 수 있다.

마치 전혀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거부감을 갖는 것처럼.

실제 경험 없이 선입견만으로도 강한 태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사연자는 자신의 호기심을 직면해보는 기회를 갖지 않았다.


내용은 성 정체성 고민이지만 실제로는 경험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고민이다.

모래로 쌓은 성과 비슷한 고민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사람을 사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냥 허물어질 수 있다.

고2가 되어서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이제 곧 성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드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성 정체성뿐 아니라 취향이나 성격, 또는 신념에 따라 이합집산이 일어난다.

같은 조직 안에서는 공유되는 행동규범도 있다.

규범을 공유하지 않으면 그 집단에서 압력을 받는다.


레즈라고 커밍아웃한 친구들 사이에서 사연자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들과 같이 느끼고 같은 행동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력을 느끼는 것이다.

합리성이 부족한 고정관념이라 하더라도 공유될 때는 강한 힘을 갖는다.

소수자는 압력에 시달리며 위축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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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없이 형성된 태도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강한 금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선입견이 선입견인 줄 알아야 깰 수 있다.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열 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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