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한 관계
"고등학교를 정하는 문제로 친구와 갈등이 생겼습니다."
중3학생의 하소연이다.
사연을 살펴보면 수상한 부분이 보인다.
관계의 공평성을 생각해 볼만한 사연이다.
(12월 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원래 A학교를 가려했다.
친한 친구가 같이 B학교로 가자고 제의했다.
사연자는 이미 마음을 굳혔기에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친구가 한 달을 졸랐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런데 학원 선생님 말씀을 듣고 B학교로 바꿨다.
친구한테 결심을 바꾼 이야기를 했더니 화를 내며 책임을 지란다.
한 달이나 말했는데 듣지 않았던 것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연자는 다시 A학교를 간다고 했으나 친구는 화를 풀지 않았다.
친구와 진로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사연자는 자신이 변덕을 부려서 친구를 화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두 친구 사이에 불균형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결정권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두세 번 이야기해볼 수는 있겠다.
그런데 한 달이나 계속 요구하는 것은 심하다.
미루어 보건대 사연자는 이 친구한테 휘둘려 온 듯싶다.
사연 말미에 친구가 화가 났는데 처리하지 않고 회피했던 것이 문제라 언급했다.
사연자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해서 벌어지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균형이 제대로 잡힌 친구 관계라면 친구가 마음을 바꾼 것을 일단 반겨야 할 것이다.
자기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다고 화를 내는 것은 친구가 아니다.
한쪽이 지배성을 가지는 관계가 어떻게 친구관계일 수 있는가.
사연자는 이 친구와 맺는 관계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진로를 정할 때 학원 선생님과 친구의 이야기 중에 누구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까.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경험이 풍부한 이야기에 비중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친구가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친구 따라 강남으로 갈 것인가.
따지고 보면 친구한테 그렇게 미안해할 일도 아니다.

친하다고 해서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또한 상대가 함부로 하게 해도 곤란하다.
기울어진 관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대로 두면 둘 다 피해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