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사귄 지 52일 만에 남자 친구의 얼굴을 처음 보았는데 정말 못생겼더라고요."
한 여고생의 고백이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사귀게 되었다.
사진을 같이 찍느라 보게 된 얼굴에 마음이 흔들린다.
(12월 2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어쩌다가 공개 연애를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네가 아깝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헤어지지는 않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눈만 볼 수 있었다.
어저께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처음 보았다.
친구들의 만류가 이해되었다.
못생긴 얼굴이 의식된다.
갈등이 생겼다.
관계를 맺는데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외모, 지식, 분위기, 취향, 배경 등.
어떤 요소는 중요하고 어떤 요소는 사소하다.
외모는 어떨까.
초반에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생기면 마음이 끌릴 확률이 높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 중요성은 덜하게 된다.
내면적인 요소들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사연자는 주변 친구들의 말에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얼굴도 모른 채 사귐을 계속 유지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이성한테 고백을 받았다는 사실이 좋았을지 모른다.
그리고 50일 넘게 만남을 지속했다.
외모라는 변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단계일 수도 있다.
계속 관계를 유지할만한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무슨 일일까.
'설마~' 하며 외면했던 무언가와 부딪힌 것이다.
'못생겼다고 하더라도 설마 보기 싫을 정도겠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는 순간 예상이 어긋났다.
그동안 친구들이 괜히 말렸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척했지만 외모에 실망한 것이다.
못생긴 외모에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럴만한 요소를 발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때마다 갈등이 쌓여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다.
한 번 일어난 생각은 그냥 두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곤 한다.
못생겼다는 생각이 수시로 의식되며 갈등을 일으킨다.
내면 갈등이 어떻게 작용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사소해 보이는 것이 치명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작은 듯하지만 실제로 크거나 큰 듯하지만 실제로 작은 경우도 많다.
사연자한테 남자 친구가 못생겼다는 생각이 어떻게 작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

마음에 중심이 없으면 주변의 말에 흔들린다.
비난이나 칭찬에 흔들리지 않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갈등도 선택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