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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17. 2021

짝남의 속마음

콩깍지

"어장 정리를 깔끔하게 한 짝남의 속마음이 궁금해요."

한 여고생의 하소연이다.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았다.

(3월 1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와 짝남은 중3 때 같은 반이었다.

짝남이 뒤에 앉아 스킨십도 자주 하고 말도 예쁘게 해 주었다.

여사친은 만들지 않을 거라 했다.

사연자는 특성화고로 짝남은 인문계로 진학했다.


그런데 짝남한테 여사친이 생겼다.

알아보니 행실이 좋지 않은 아이였다.

짝남한테 질투가 난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럴 것 없다고 했더니 눈치도 없이 그 아이와 계속 만난다.


짝남의 페북 배경 사진이 사연자였는데 바뀌었다.

아는 친구를 통해서 알아보니 사연자한테 호감도 없었다고 한다.

어장관리를 당한 것이다.

억울하고 화가 나서 입맛도 없고 잠도 잘 못 잔다.


이렇게 깔끔하게 어장관리를 하는 남자의 심리를 알고 싶다.

사연자는 괴롭다.

하지만 괴로움의 원인은 전혀 모르고 있다.

자신의 눈에 씐 콩깍지가 벗겨지면 깔끔하게 해결될 일인데 말이다.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 가 주관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얼어붙은 썩은 나뭇가지를 보석으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알고 보면 별 볼 일 없는데 눈에 콩깍지가 씌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다.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그 짝남이라는 남자를 보면 어떨까.

줏대도 없고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비겁하지 않은가.

그런 남자 때문에 속이 상해도 괜찮을까.

콩깍지만 벗겨내면 간단한 일이다.


어떻게 콩깍지를 벗겨내는가.

우선 생각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한걸음 떨어져서 대상을 관찰한다.

그러면 자신의 눈에 씐 콩깍지를 느낄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꿈에 취하면 보지 못한다.

꿈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보인다.

취해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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