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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13. 2021

엄마의 남자

가족 갈등

"얼마 전에 이혼한 엄마가 결혼하려는 남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고3 여학생 사연이다.

부모님의 이혼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라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그런데 엄마가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겼다.

(6월 13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심장이 아프다고 했다.

몸이 아프다는 뜻은 아니다.

마음이 힘들고 답답하다.

이전부터 부모님 사이에 갈등이 많았었다.


해외에 오래 계시던 아버지와 엄마는 관계가 소원했다.

이혼하실 것 같았는데 얼마 전에 정말로 이혼을 하셨다.

사연자는 그냥 받아들였다고 한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삶을 살고자 했다.


엄마가 사연자한테 결혼할 남자를 소개하려고 한다.

만남을 거부했더니 엄마도 행복하고 싶다며 화를 내셨다.

사연자가 반대하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했다.

상관하지 말고 엄마 뜻대로 하라고 했더니 엄마는 화를 낸다.


사연자는 어째서 마음이 아플까.

부모의 이혼을 정말로 받아들였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을까.

만약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엄마의 남자한테 마음을 닫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나보지도 않고 그냥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다.

예민한 시기에 부모의 이혼이라는 큰 사건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만하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고민이 많을 고3인데 마음 정리가 쉬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사연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고 있다.


차라리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라도 했다면 심장이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스스로 외면하기에 오히려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망과 미움이 속마음을 지배하고 있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사연자의 마음은 한없이 차가워질 것이다.



아프면 치료해야 한다.

방치하면 곪는다.

자신의 마음은 자신부터 돌볼 줄 알아야 한다.

관심을 끊는다고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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