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뇌를 정돈하는 수면습관

공부보다 습관1 - 힘 안들이고 공부하기

수면습관의 중요성

코로나 이후 나의 일상의 습관을 어떻게 잘 가꾸어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게 된다. 공부를 방해하는 습관이나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지금 당장 고쳐야 할 행동이 뭔지를 물어보곤 한다. 다양한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답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오는 답이 유사하였다. 그 중 하나가 잠이었다.


대학생들은 아무때나 자고 아무때나 일어난다. 좀 더 정확히는 잠자는 시간이 상당히 늦은 편이고, 일어나는 시간은 그날 오전 일정에 따라서 매우 변동적이다. 예를 들어 과제가 있는 날은 과제 하다가 2~3시에 잔다. 과제가 없는 날은? 그냥 잘 순 없다. 넷플릭스, 게임, 하고 싶은 것들을 주섬주섬 하다가 2~3시에 잔다.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수업이 있으면 일찍 일어나고 없으면 점심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인생의 1/3이 잠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잠을 불규칙적으로 자는 사람은 인생 전체의 불확실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잠의 의미

어떤 것이 몸에 체득되었을 때에는 의식을 하든 못하든 항상 그것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형성되어 있다. 습관은 더욱 그러하다. 내가 잠을 무엇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자신의 수면습관이 왜 이 모양인지 알 수 있다.  잠을 시간낭비 또는 생산성 저하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카페인과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잠을 줄이려고 애쓸 것이다. 잠 잘 때 아무 생각이 없으니 편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잠을 선택할 것이다. 잠을 에너지를 회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피곤할 때 잠을 선택해 충전을 한다. 잠을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침대를 누군가와 같이 쓰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 삶의 철학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므로 그에 따라 잠에 대해 정의를 잘 내려보면 좋겠다. 이때 수면이 일상에 주는 의미와 잠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이해한다면 잠을 생산성 하락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잠 때문에 공부를 못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능력을 강화하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는 자신만의 수면습관을 잘 만들어 간다면 잠은 일상의 행복한 리추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잠은 하루의 시작이다. 보통 잠은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유대 문화에서는 음력을 주로 사용했는데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시작하는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보았다. 성경 중 창세기라는 책의 천지 창조 부분을 읽어보면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쨋날이라.' 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 하루의 시작을 잠 자는 것으로 여긴다면 잠은 하루의 성패를 여는 중요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 첫 단추를 잘 꿰자는 말들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래서 잠을 잘 자야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다. 잠으로 하루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고서 한 장 더 쓰느라 유투브 영상 하나 더 보느라 잠 자는 시간을 쉽게 갉아먹는다. 잠을 귀한 손님 대하듯 준비하지 않는다. 아무 옷이나 대충 입고 충혈된 눈으로 스마트폰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이불 위에 떨어뜨리고 잠든다.


둘째, 수면은 생명 충전의 시간이다. 인간은 잠자는 동안에 낮 동안 활동하느라 발생한 각종 대사작용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몸을 재충전시킨다. 이를 위해 잠자는 동안 많은 호르몬들이 분비되는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데노신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신경을 둔화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잠을 자기 시작하면 아데노신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차단시켜 우리 몸의 각성을 촉진시킨다. 수면이 부족하면 몸 속의 아데노신이 그대로 남아있어 뇌신경들 사이의 교신이 둔화된다. 잠을 충분히 못 잔 후, 일상의 업무들을 민첩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아데노신이 남아서 신경을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UC Berkely 신경과학과 매슈 워커 박사는 수면 부족은 합리적 판단 기능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둔화시키고 원시적인 욕구, 감정, 동기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활성화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초콜릿, 감자칩과 같은 고칼로리 식품을 선택해서 수면이 충분한 사람들보다 600kcal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수면이 부족하면 아데노신 때문에 뇌가 둔해져서 공부를 잘 못하게 되고, 식욕이 통제되지 않아 살이 찌게 된다는 것이다.  

    멜라토닌  

아데노신과 반대로 11시~2시 사이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어두운 곳이나 잠들었을 때에만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해독하며, 암세포를 대항해서 싸우는 힘이 있다. 잠 자는 동안 가급적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성장 호르몬  

난 아직 더 커야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은 10~2시 사이에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을 노려보면 좋겠다. 아이는 낮에도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지만 성인의 경우 밤에만 분비된다. 신체의 성장이 멈췄다고 하더라도 성장 호르몬은 신체 기관의 재생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성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일명 키 크는 주사라고 해서 성장 호르몬 주사를 아주 고가의 비용을 치루고 맞는다고 하는데, 10시에서 2시 사이 잠만 푹잔다면, 우리는 천연 성장 호르몬 주사를 무료로 맞는 셈이 된다.


잠자는 동안 아데노신이 줄어들고 멜라토닌과 성장 호르몬이 우리 몸을 해독하고 재생시킨다. 비싼 한약, 영양제, 보양식보다 훨씬 좋은 것들이 시간 맞추어 잠만 푹 자주면  몸에서 샘솟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면 큰 비용을 치루지 않고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잠은 뇌에 필기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시간관리 전에 수면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잠 자는 동안 장기기억의 정보들 간 연결, 조합, 강화, 추론 등을 일으킨다. 공부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 위에 널부러진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넓고 깨끗한 작업공간을 만들 듯, 하루를 시작하기 전 잠을 통해 뒤죽박죽 입력된 정보들이 가지런히 정리정돈 된다. 특히 렘(REM)수면 주기에 기억의 재생과 처리가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힌 날에는 반드시 4~5회 정도의 렘수면 주기를 거치도록 충분하게 자는 것이 장기기억에 도움이 된다. 단순히 기억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교육목표를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으로 분류하면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조로 나열된다(Bloom).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일이 가장 고차원적인 학습이다. 뇌는 집중모드(focused mode) 확산모드(diffused mode) 번갈아 오갈  가장 효율적이며 창의적이 되는데, 이때 확산모드가 일종의 백일몽( 때리는 모드) 또는 수면의 상태이다. 확산모드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기존의 정보들을 연결하면서 자신만의 의미를 생성하는 모드이다. 뭔가 어려운 것을 배울 때는   가지 모드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데, 일반적으로 난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특징이  모드의 전화를 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난제들을 해결하는데에는 비교적 장시간이 필요한데, 인간의 뇌는 계속 집중 모드로 있을  없기 때문에  모드의 전환을 하면서 집중을 이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몰입이라고 하는 상태가 이를 말한다. 물론 우리도 집중모드에서 확산모드로 가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산모드에서 집중모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이부분에 대한 기법은 나중에 다뤄보고자 한다.

잠자는 동안 공부하는 뇌. from Pixabay

잠은 행복한 일상의 리추얼

잠은 하루의 시작이며, 우리 몸을 재생시키며, 공부하고 업무를 하는 이들이 그들의 뇌가 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일상의 습관이다. 이러한 잠이 행복한 일상이 되려면 몇 가지 리추얼(ritual, 예전)이 필요하다. 잠이 리추얼이 되려면, 먼저 잠에 관한 시간과 공간의 규칙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전을 맞이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잠들기 위한 예전으로 샤워를 하고 준비된 잠옷을 입는다. 잠옷을 입는 행위만으로도 뇌에게 이제 자야한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 정해진 장소에 깨끗한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베개를 고쳐두며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맞춘다. 정해진 시간에 잠들기 위해 약간의 준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6~8시간의 긴 시간 동안 나를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 두어 호르몬을 통한 생리적 작용이 최고의 효과를 내도록, 무의식이 나를 학습을 위해 좋은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피부에 가장 좋은 섬유로 된 잠옷을 준비하고, 잠 자리 주변이 깨끗해야 하며, 멜라토닌이 풍부하게 나오도록 불빛 한점 없어야 한다. 커튼을 치거나 안대를 추천한다.

미 해군대장 William McRaven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정돈부터 하라고 하였다. 아마도 일어나자마자 하는 가장 첫번째 과업이 이불개는 것인데, 사소한 것 하나부터 성공적으로 해낼 때 그날 하루를 인생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나는 눈 뜨자마자 이불을 개기 위해서는 개운한 상태로 일어나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알람을 몇번씩 꺼가면서 간신히 잠에서 깨는 사람은 이불개기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힘들다.

이불 개는 사소한 일을 통해 성공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건강해지고 머리가 좋아지는 잠이라는 보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이 보약이 불면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무료라는 점인데, 다만  정해진 시간에만 무료 배포된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참고자료  

    킹덤빌더 라이프 스타일. 손기철 지음. 규장  

    Coursera - Learning How to Learning: Powerful mental tools to help you master tough subjects  

    유투브 -  https://youtu.be/whFZCmN__mM  

    이미지 - pixabay,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미루는 습관에서 홀로서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