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_7회
며칠 전 아들이 직장을 그만둘 예정이라며 숙소에 있는 짐을 내 차로 옮길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1월 13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어 가능하다고 했다.
아들의 퇴직 소식은 아내를 통해 먼저 들었다. 아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나와 상의하길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그 기대를 끝까지 붙들고 있는 건 나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간호사다.
이번이 두 번째 퇴직이다. 첫 번째도 예고 없이 들었던 소식이었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당황스러웠다.
아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신호는 몇 달 전부터 있었다. 근무를 야간 위주로 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밤 근무만 서면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차라리 밤이 편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 번쯤 더 들여다봤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아들의 직장은 부천에 있었다. 오전 10시, 집에서 함께 출발했다. 조수석에 앉은 아들과 나란히 앞을 보며 운전했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라디오도 켜지 않은 채, 우리는 묵묵히 길만 따라갔다.
병원 숙소 앞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아들은 총무과에 다녀올 테니 병원 1층 커피숍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동안,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미덕이던 나의 시간과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아들의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직장 2년 차인 아들로서는 낯선 업무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버거웠을지 짐작만 할 뿐, 정확한 무게는 가늠할 수 없었다.
행정 처리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이 그동안 살던 흔적은 몇 개의 박스로 정리되었다. 짐을 차에 싣다 보니, 시작과 끝이 이렇게 간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싣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거웠다. 아들은 아직 젊다. 다시 일어설 시간도, 선택지도 남아 있다. 그런데 그 모습 위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나 자신의 시간이 겹쳐 보였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마지막 박스를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정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다만 그 방향을 정하는 동안, 조금은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