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겪고 보지 못한 위기이다.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은 언제 끝날 줄 모르고 경제는 침체(recession)를 넘어 공황(depression)으로 갈 것이라는 암담한 소식이 들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글로벌 위기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염병과 잘 싸우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가 죽은 탓에 장사가 하나도 되지 않고 있다. 매출이 반토막 난 자영업자들이 즐비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대기업 수출길이 막히고 더불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고사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업이 무너지면 직장이 사라진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와 ‘실패’라는 단어가 글 안에, 입 속에 넘쳐나고 있다. 이럴 때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고 당황한 채 아무런 계획 없이 멍하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기 때마다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위기와 실패 속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도리스 컨스 굿윈의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이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는 미국의 4명의 위대한 대통령(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 이야기가 나온다. 퓰리처상과 링컨상 등을 수상한 도리스 컨스 굿윈 전 하버드 대학교수의 작품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은 리더십을 50년 가까이 연구한 대가의 책답게 4명의 대통령의 삶이 놀라운 통찰과 더불어 서사스럽게 펼쳐진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은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4명의 대통령의 야망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준비했는지, 3부는 대통령 재임 시 역사적 사건을 어떠한 리더십으로 해결했는지가 나온다.
지금 소개할 내용은 2부이다. 2부는 4명의 대통령의 위기, 실패, 역경, 고난 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진지하게 서술되어 있다. 최악의 상황을 최선으로 바꾸는 4명의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위기와 실패를 기회와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
미친 듯한 자기계발로 극복하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어 추진한 일리노이주 공공사업이 급작한 불황으로 완전히 망해버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더불어 결혼 직전까지 간 연인과 파혼까지 하게 된다. 자신의 꿈과 삶이 거의 동시에 무너지자 링컨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숨이 붙어 있는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지금 내 마음이 모든 인간 가족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면 이 땅에서 유쾌한 표정을 지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내가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원히 낫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마저 듭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죽지 않으면 낫겠지요.”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 185~186
링컨의 친구들은 링컨이 자살할까 봐 걱정해 링컨의 방에서 칼과 면도칼 심지어 가위까지 없앴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 1위를 자랑하는 그가 자살을 생각했다니. 그만큼 당시의 위기는 링컨에게 절체절명이었다. 링컨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링컨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자기 자신을 0에서부터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5년 동안 미친 듯한 자기계발을 수행한다. 독서하고 공부하고 경험하기를 쉬지 않았다. 그는 40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온 집중을 다해 학습했고 다시 시작한 변호사의 일도 예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수행했다.
“순회 재판을 통해 일반적인 변호사 업무와 한계를 넘어서는 학문을 공부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는 철학과 천문학, 자연과학과 정치경제, 역사와 문학, 사학과 연극을 공부했다. 수학적 정리와 증명을 학습하는 데도 힘썼다. 그는 피곤해 죽을 지경까지 수학을 파고들었고 마침내 유클리드 기아학을 거의 완전히 익혔다고 자랑스레 주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 196~197
자실 직전까지 갔던 링컨은 자신의 온 열정을 다한 자기계발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변호사로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떠났던 정계에 다시 진출할 수 있었다. 그의 자기계발 습관은 그가 명성이 높아지고 대통령이 됐을 때조차 지속되어 결국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는 초석이 되었다.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으로 재도약의 길을 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그날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가 있을까? 49세이던 어머니가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나고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랑하는 아내마저 세상을 떠났다. 하루에 어머니와 아내가 동시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시어도어는 그날 일기에 “빛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 이제부터 내 삶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다.”라고 썼다고 한다.
사악한 운명으로 극심한 충격을 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였을까? 그는 일단 장소를 옮겼다. 어려서부터 병약해 육체적인 활동보다 독서에 치중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엘리트 출신의 동부의 교양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부의 카우보이가 되었다. 목장에서 말을 몰고 사냥을 하고 거친 카우보이들과 동료애를 나누었다. 그는 인생 최악의 상황을 새로운 도전으로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심지가 잘린 초도 아니었고, 정치를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았다. 서부로 멀찌감치 물러나 자연 세계에서 부드러운 향유를 탐닉한 것이 아니라 불굴의 도전을 감행하며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런 시험을 통해 그는 상심한 마음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되찾고 진정한 빛과 인도자와 리더가 되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어떻게든 되살려낼 수 있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 234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훗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했던 당시를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절망적인 위기가 그에게 결국 인생의 자산이 된 것이다. 2년 동안의 생활은 루스벨트를 교양있는 동부인과 불굴의 서부인이 결합된 존재로 부각시켜 주었고 이후 그는 그 이미지에 맞게 전쟁에서는 불굴의 용기로 앞장선 장군의 모습으로 영웅이 되었고 통치에서는 여러 이해관계를 잘 융합시킨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다.
팀빌딩에 올인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썰매타기, 스케이팅, 낚시 등을 즐기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척수성 소아마비 증세로 갑자기 하반신 마비가 걸리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가 바라는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가? 올곧은 자세로 강인하고 정력적인 모습이 아니던가.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평생 휠체어에 앉아 다른 사람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난 듯했다.
하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하반신이 마비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로 자신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로 했다. 타인에게 의지해야 한다면 진짜 의지할 수 있는 정치적 팀을 결성한 것이다.
“프랭클린은 요양하며 회복하던 7년 동안 충성스런 개인적인 팀을 조직했다. 엘리너 루스벨트, 루이스 하우, 마거리트 미시 르핸드가 포함된 미정통적인 팀은 부분의 합을 넘어, 루스벨트 몸의 일부가 됐다. 그들은 루스벨트의 마비로 인한 위축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해냈다. 에이브러험 링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중대한 시련을 겪은 후에 어떻게 기운을 되찾고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는지에 대해 이미 앞에서 보았다. 스스로 시련을 이겨낸 그들과 달리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척수성 소아마비라는 너무도 심각한 상황에 처했던 까닭에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려고 싸우면서도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 294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자신의 멤버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온 힘을 다했다. 동시에 그들은 혼자 설 수 없었던 루스벨트를 일으켜 세워 역사상 처음으로 휠체어에 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잘 받는 능력이 있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당시 미국 최악의 위기였던 대공황에서도 잘 발휘도 초당파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어 결국 공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재기에 성공하다.
린든 존슨은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근면성, 조직을 이해하는 능력, 목적 지향적인 태도, 식을 줄 모르는 야망은 린든 존슨을 어디에서나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이 닥쳐온다.
46세 나이로 미국 상원 역사상 최연소 다수당 대표 등극해 정점을 달리고 있는 그때에 심장마비로 쓰러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존슨은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심지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한탄하는 듯했다. 자신이 올랐던 언덕에서 너무도 급격히 떨어진 탓에 낙담의 깊이가 더한 것은 당연했다. 그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 예컨대 현재의 성취와 미래의 야망이 모두 위태로워졌다. 존슨의 상태는 심장마비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의 정도와 확연히 달랐다. 조지리디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그냥 누워 있을 뿐이었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우리 곁에 존슨을 대신한 것이 있지만 그저 기계 덩어리인 것 같았다.” -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p. 353
하지만 린든 존슨은 자신을 여전히 기다리는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을 본 후 생각을 고쳐 먹기 시작한다. 병상에 있으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기 시작했다. 린든 존슨에게는 2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자신의 몸을 너무 혹사했다. 휴식은 없었고 술과 커피를 달고 살았다. 갑자기 주어진 휴식으로 릴랙스 할 수 있었고 식습관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않기로 한다. 둘째는 너무 목표지향적이다 보니 주변인들을 다치게 했다. 사람보다 목표가 먼저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다. 린든 존슨 이런 자신의 비인격적인 모습을 철저히 반성하게 된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환골탈태한 린든 존슨은 그 후 매우 진보적인 의제를 주도했으며 결국 시민권을 신장하는 역사적 대업을 이루게 된다.
위기와 실패가 우리를 엄습해 올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4명의 대통령은 결국 위기를 기회로, 실패를 성공으로 만들었다.
우울증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링컨은 자신의 암흑기를 미친듯한 자기계발로 이겨냈다. 하루에 어머니와 아내를 잃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으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불굴의 용기를 얻게 되었다. 갑자기 하반신 마비로 홀로 걸을 수조차 없게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다른 사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을 역이용해 비전을 함께 품을 팀을 결성했다. 함께 할 때 강해지는 법이다. 심장 마비로 모든 것을 잃을 뻔했던 린든 존슨은 위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였고 뼈저린 반성으로 환골탈태해 그저 잘 나가는 리더에서 위대한 리더로 올라설 수 있었다.
나는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의 2부를 읽으면서 니체의 명언이 떠올랐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부디 당신의 위기가 기회가 되고 당신의 실패가 성공이 되기를 간절기 기원한다. 4명의 대통령의 삶이 당신의 역경 극복을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