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 or 직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유용하게 활용하는 단어이긴 하다. 내 비즈니스 협력 기피 대상의 특징 중 하나가 ‘직감’, ‘직관’, ‘비즈니스 감각’류의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직감이나 직관에 의지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과 일을 도모하면 망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감이나 직관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한 분야가 있다. 직관의 유용성을 놓고 명성 있는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과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한판 붙은 적이 있다. 결론은 무승부. 분야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에 서로 합의를 보았다.
소방수, 응급 구조 요원, 전투기 조종사, 스포츠 선수 등 규칙적인 패턴이 명확한 분야에서 직관 혹은 직감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경제, 경영, 정치, 사회, 투자 등 규칙적인 패턴이 없는 소위 ‘복잡계’에서는 직감이나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은 유용하기는커녕 해롭기까지 하다. 결국,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복잡계에서 ‘직감 or 직관’은 무력하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고수란 여러의미가 있겠지만 의사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고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비결은 ‘인식론적 겸손’을 갖추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복잡계와 체계적으로 오류를 저지르는 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의사결정에 과신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함부로 “나의 ‘직관’, ‘직감’, ‘감각’, ‘통찰’을 믿어봐”라고 말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에서의 자신의 수준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만으로 선택 중하수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까? 시드니대학교 댄 로발로 교수 등은 5년에 걸친 사업상의 결정 1,048건을 연구했다. 연구한 결과 직관 등에 의한 의사결정보다 ‘프로세스’를 활용한 선택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선택 프로세스란 선택을 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항목들을 정해놓고 그 과정을 그대로 밟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즈니스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스 형제는 <자신 있게 결정하라>에서 성공확률을 낮추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1) 선택안 충분한가?
2) 검증의 과정은 거쳤는가?
3) 충분한 심리적 거리는 확보했는가?
4) 실패의 비용은 준비했는가?
하지만 나는 2번과 3번에서 겹치는 영역이 꽤 있다고 판단해 <일취월장>에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좀 변형시켰다.
1) 인식론적 겸손을 갖췄는가?
2) 선택안은 충분한가?
3) 검증의 과정은 거쳤는가?
4) 경쟁자를 생각했는가?
5)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대비했는가?
인생의 의사결정 고수가 되기 위한 두 번째 비결은 바로 의사결정을 할 때 ‘프로세스’를 철저히 활용하는 것이다. 내일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를 결정할 때는 굳이 프로세스를 활용할 필요 없다. 하지만 직업을 선택하거나 비즈니스 관련 선택을 할 때는 프로세스를 따를수록 선택 성공률을 올릴 수 있다.
의사결정 5가지 프로세스에서 중요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가장 즉각적인 효용을 주는데 사람들이 특히 가장 경시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바로 3번 ‘검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선택 고수가 되기 위한 세 번째 비결은 ‘검증의 습관화’이다.
검증의 방법은 직접 체험, 통계 확인, 전문가 의견 경청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검증의 왕은 바로 ‘실험’이다. 그렇기에 엄밀성을 추구하는 과학 이론은 대부분 실험이라는 검증 단계를 통해 형성되며 특히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분야에서 실험은 왕도 그 자체이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백신의 효력 또한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된다.
실험이라고? 그건 과학자만 하는 것 아닌가? 오늘 추천할 큐블리케이션 책인 <실험의 힘>에서는 이제 ‘실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구글 같은 테크 기업은 한 해에 1만 건이 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해 실험 비용은 줄어들고 실험 결과는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1년에 수 백건에 가까운 실험을 하고 있다. 왜? 직감과 다른 결과가 쏟아지는데 그 패턴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의지할만한 의사결정 소스는 실험 결과이다.
<실험의 힘>은 하버드 경영 대학원 석좌 교수 맥스 베이저만과 하버드 경영 대학원 부교수 마이클 루키가 썼다. 특히 맥스 베이저만 교수는 의사결정 및 협상 분야의 석학일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연속 <이그제큐티브 엑설런스>가 선정한 ‘경영 부문 최고의 저자, 강연자, 교수 40인’에 선정되었다.
또한 <실험의 힘>은 실험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엘빈 로스, 세계적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 저자 찰스 두히그, <넛지>로 유명한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 등이 강력히 추천한 책이다. 실력 있는 지성인들이 '실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험의 힘>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실험의 정의와 실험 발전의 역사를 다룬다. 실험의 중요성이 인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하나의 철학으로서 실험을 체득할 수 있다. 2부는 테크 분야의 실험을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알아본다. 특히 실험이 어떻게 돈을 벌어다 주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3부는 공공 정책을 위한 의사결정에서 실험의 힘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배운다. 공무원/교육/비영리 종사자들은 필독했으면 하는 파트이다.
물론 <실험의 힘>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실험의 효용을 얻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실험의 방법과 결과는 지극히 맥락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실험의 힘>이 주는 가장 강력한 조언이기도 하다. 자연과학이 아닌 경제, 경영, 정치, 사회에서의 모든 실험은 모두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결코 같은 실험이란 있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실험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의 실험으로 정답을 얻을 수도 없다. <실험의 힘>은 이렇게 말한다.
“한 번의 실험에서 얻은 단일한 데이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상황에서 실험을 실시하며 여러 기준틀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만 한다. 실험은 브랜드에 따라, 시대에 다라, 플랫폼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의 가치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의 힘>은 독자로 하여금 실험의 주는 가치를 제고하고 실험이라는 행동을 유도하되 최대한 올바른 방법으로 유도하기 노력한다. 고지식하지만 세심한 교수처럼 말이다.
선택의 고수가 되고 싶은
인생의 의사결정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비즈니스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번 큐블리케이션 책 <실험의 힘>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