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별

<3부> 그럼에도 낭만을 사랑하는 이유

by 깜지

우리는 이 세상에 비하면 너무나 작다. 그저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빛을 뿜어내고 있는 저 밤하늘의 작은 별이다. 그러나 별은 밤이 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으며 그마저도 너무나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낮에 비추는 커다란 태양에 비하면 우리의 쓸모는 많지 않다. 태양이 없으면 인류는 살아갈 수 없지만 밤하늘의 별이 없다 해서 못 죽어 안달 날 일은 없을 테니.



오래전, 별을 통해 많은 이치를 깨닫던 시절이 있었다. 별을 통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도 있었고 우주의 순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모두 과거의 이야기일 뿐 지금의 별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별이 잘 보이는 시골이 아닌 도시라면 도구 없이 별을 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죽는 별들이 수두룩 하겠지. 불쌍한 작은 별, 마치 내 처지와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별을 일부러 보고 싶어 언제나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같은 처지들끼리 위로나 되었음 하는 심정에서.



관측 가능한 별들은 대게 이름이 붙어있다. 별들이라 해서 다 같은 별이 아니란 의미다. 이름 있는 별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어떤 별은 별자리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역사 속에 기록되었다. 그런 별들은 통칭 '잘 나가는 별'들이다. 같은 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쓸모없는 별들이 아니다. 그런 별들은 나와 거리가 멀어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처럼 이름 없는 작은 별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별들은 다른 잘 나가는 별들의 빛에 의해 묻히기 십상이었다. 나의 눈으로도 작은 별은 볼 수 없었다. 어디에선가 저 먼 우주에서 조용히 빛을 내는 작은 별,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조용히 죽음을 삼키는 작은 별, 불쌍한 작은 별.



그렇게 의미 없이 밤하늘을 보던 어느 날, 드디어 사람들이 모르는 이름 없는 작은 별을 발견했다. 나는 그 이름 없는 작은 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채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했다.



"작은 별아, 너의 이름을 어떤 이름으로 지어줄까?"

"나는 작은 별이 아니야!"


나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흥! 당황하기는. 여기야 여기. 너의 머리 위"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 거야!"


"누구긴 누구야. 네가 방금 나를 발견했잖아"

나는 믿기지 않는 이 상황 때문에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이내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뗐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게 내가 봤던 작은 별이라고?"

그러자 별이 말했다. "거 참, 나는 작은 별이 아니라니까. 에휴, 말해 뭐 하니. 아무튼 이제부터 별의 이름을 짓는 의식을 치러야 되니까 어서 준비해"


나는 당최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별의 말을 이해하기보다는 누가 봐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 현상 때문에 넋이 나가있었다.


"미쳤군. 별이 말을 하고 있다니. 내가 정신이 나간 건가"

"정신이 나간 건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네. 감히 나를 두고 작은 별이라 하니"

별은 나를 비아냥대듯 말했다.


"잘 들어. 원래 인간이 처음 별을 발견하면 그 별의 이름을 발견한 사람과 별이 이름을 함께 짓게 돼있어.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서로 말이 통하는 거지"

"그럼 이런 엄청난 사실을 왜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건데?"

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로 겨우 물었다.

"글쎄다. 그건 내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사람들한테서 문제가 있겠지. 분명 자신이 별을 발견한 사람인데도 잊고 지내는 거 보면"


나는 여전히 별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반 포기 상태로 미친 척하며 그의 호응에 어울리기로 결심했다.

"그래, 알겠어 작은 별아. 너의 말대로 이름을 지어보자"


나는 일부러 그가 나에게 비아냥댔던 점에 대해 반하고자 작은 별이라 콕 집어 말했다. 그러자 별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망원경을 가까이 대고 다시 나를 올려다봐"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망원경을 눈에 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망원경의 작은 스코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순간이동을 한 기분이었다. 순식간에 나는 어떤 거대하고 어두운 공간에 떨어졌다. 밝은 빛의 눈부심 때문에 가까스로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바로 우주였다. 그리고 내 앞에는 지구만큼 거대한 별 하나가 있었다. 그 별은 지구처럼 너무나 아름답고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내가 약에 취한 게 분명해"

"그러시겠지" 별은 또다시 비아냥대며 내게 답했다. 그리고 내게 되물었다.

"어때? 이래도 내가 작은 별이야?"


나는 그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그 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순간 그 별의 광활한 크기에 바로 압도되었다. 동시에 두려움이 치솟았다.


"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줘. 부탁할게. 네가 거대한 별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겠어. 그러니 제발"

그러자 거대한 별은 웃음을 빵 터트리면서 말했다.


"걱정 마, 네 영혼만 이곳에 온 거니까 대화가 끝내면 돌려보내줄게"

"고, 고마워..." 나는 살짝 비참하게 답했다.

"그래, 난 너를 겁주거나 해를 끼치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날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내가 무서우면 이름 짓기가 힘드니까 말이야"


나는 겨우 진정이 되고서야 별에게 물었다.

"거대한 별이시여, 당신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으면 될까요?" 나는 태도를 바꿔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크큭, 이제야 정중해지다니. 내 앞에서까지 그렇게 가식 떨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나는 너를 통해서 만들어진 별이니까"


나는 그가 한 말이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나를 통해서 만들어지다니, 그게 무슨 의미야?"

"사람들은 별에 대해 잘 모른다더니 그 사실이 진짜였구먼, 쯧쯧" 그는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별은 처음부터 존재하는 거라 생각해?"


나는 이 질문 역시도 이해되지 않아 내가 알던 상식대로 답했다.

"그거야 별은... 나도 과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주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에 의해 생기는 거 아니야?

"그거는 너희 인간들 관점에서 그런 거고. 너희는 우주와 이 별에 대해 잘 몰라. 별은 누군가 별을 보려 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거야. 별을 보려 한 사람만이 자신의 별을 만들 수 있는 거지"

"그럼 내가 사는 지구도 누군가 별을 보려 하다 보니 생겼다는 거야?" 나는 이 이상한 답변에 더 이상한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나의 질문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했다.


"물론이지. 그게 너희가 말하는 신 일수도 있고 다른 외계의 존재일 수도 있고. 거기까진 나도 잘 몰라. 너희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대신 별과 별끼리는 상호작용이 있어. 그래서 별은 또 다른 별을 탄생시켜. 네가 나를 보려 했던 것처럼". 나는 그의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잔뜩 들어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내가 별을 보려 했기 때문에 별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리고 이름을 같이 짓는다니"

나의 말에 이번엔 거대한 별이 이해되지 않는다듯이 내게 되물었다.


"별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이유에 대해 알아? 그건 그 별이 별을 발견한 사람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똑같은 이름을 새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리고 이름은 자신과 자신의 별과 함께 지은거지"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 걸?"

"인간들은 바로 그게 문제야.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의견이 더 맞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진실은 그게 아님에도" 거대한 별은 나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너의 말대로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을 너희 인간들이 모르고 있다면 그건 별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 별 그 자체임을 잊고 살기 때문일 거야. 혹은 별의 진실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만 남거나"


그의 다소 냉소적인 답변을 듣고는 조금은 위축이 된 채 그에게 물었다.

"그럼 너는 바로 나 자신이란 말이야?"

"그렇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구나" 그가 나의 물음에 기쁘게 답했다.

"자, 이제 알았으니 얼른 이름을 짓고 돌아가자꾸나. 이름을 짓는 이유는 너 스스로가 별임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짓는 거야"


나는 그의 대답을 통해서야 이름을 짓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내 내 앞에 있는 거대한 별의 이름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도통 어떤 이름으로 지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앞에 있는 거대한 별은 나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웅장함 때문에 나는 한 없이 작아 보였다. 그와 나의 대비된 모습 때문에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런 채로 경외감을 더해 그에게 말했다.


"저기... 아무래도 주소 잘못 찾아오신 거 같아요. 저는 당신처럼 이렇게 거대한 별이 아니에요. 저는 그 누구보다 작은 별이고 사람들은 저의 존재조차 모르는 작은 사람이에요. 제가 내뿜는 빛은 너무나 미약해서 다른 빛들에 의해 휩쓸려갈 뿐인 그런 빛이죠. 그래서 당신은 저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이름을 짓지 못하겠어요"


거대한 별은 나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전히 이해를 못 했구먼. 너! 그게 바로 나라고! 거대한 별!"

"제가 거대한 별이라고요? 어째서..." 나는 의구심을 가진 채로 되물었다.


"그래. 사람들은 저 멀리서 별을 보니 한 없이 작다고 느끼는 거지. 실제로 가까이 가면 얼마나 거대한 별인지 잘 알지 못해. 별의 본질은 알지 못한 채 진리에서 한 없이 멀어지는 것이 바로 인간이지"

그가 분노를 터트리며 말했다.


"알겠어? 넌 거대한 별 그 자체야. 사람들이 널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거대한 별이 작은 별이 되지 않아. 그저 그들은 보고 싶은 대로만 볼뿐이야. 넌 저 우주에서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나는 거대한 별이라고. 바로 나처럼"


나는 그의 말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봤자 지금의 내가 처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에게 조금은 투정을 부리듯 물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내가 거대한 별인지 모르잖아요?"

그러자 거대한 별은 조금은 따듯하게 말하며 내 투정을 받아주었다.


"그래 이해해.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네가 거대한 별이든 작은 별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니? 그렇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네가 나를 볼 수 있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는 계속 빛을 내뿜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네 스스로가 거대한 별임을 깨닫고 빛을 내고 있다면 분명 너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단지 거리가 멀어서 빛이 지구에 닿는 데까지 오래 걸릴 뿐이야. 그러니 잊지 마. 네가 거대한 별이라는 것을"


그 순간 갑자기 시야가 꺼졌고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나는 내가 밤하늘을 바라보던 집 옥상에 누워있었다. 방금 그건 꿈이었을까? 너무나 뻔한 클리셰 같은 이 상황 때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꿈이든 진실이든 무엇이 중요하리. 그저 단 한 가지를 깨달은 사실 덕분에 마음만은 기뻤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스코프를 아까 봤었던 별의 위치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그 별이 그 위치에 있던 없던 보이던 보이지 않던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믿기로 했다. 내가 봤던 그 거대한 별의 빛은 저 먼 우주에서 다시금 지구로 오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나는 분명 거대한 별이니까.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작은 유성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성은 잠시 빛을 내뿜고서는 소멸했다.

이전 07화이름 없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