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밤, 포폴로 광장 한가운데

by 빌레펠트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한 명씩 받는 입국심사에서 엄마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그래서 입국심사에서 내가 엄마보다 앞에 받을지, 뒤에 받을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먼저 받는다면, 슬쩍 심사관에게 "내 다음에 심사받는 사람이 우리 엄마야. 영어에 익숙하지 않으셔."라고 이야기해놓을 수 있다.



근데 만에 하나(정말 그럴리는 없겠지만)

심사관과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발생해서 인터뷰받으러 따로 어딘가로 가신다면, 이미 입국도장을 받고 나온 내가 손쓸 수가 없다. 그럴 경우에는 내가 엄마보다 뒤에 있다가 문제발생 시 따라가야 할 것이다.


간혹 가족이거나 일행일 경우, 함께 입국심사를 받게 하는 나라도 있었다.

나의 경험으로는 7년 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그러했다.




걱정을 안은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입국 관련 후기를 찾아본 결과, 너무나도 행운인 소식을 발견했다.

한국인은 자동출입국 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자동출입국 심사와 방식이 거의 똑같았다. 다만 다른 것 하나는 입국 심사가 끝나고 문이 열리면 그 앞에서 심사관이 기계적으로 입국도장을 찍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쳤고, 수하물까지 무사히 챙겨서 택시를 타러 나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정찰제 50유로 인것을 알고 있었고, 혹시 몰라서 택시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붙은 [정찰제 50유로] 안내문도 찍어두었다.


우버를 부를까 공항택시를 바로 탈까, 미리 택시를 예약할까도 굉장히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효도여행을 되짚어보니 난 매번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공항택시를 바로 선택한 이유까지는 지루한 비교의 과정이므로 생략한다.)


여행객들은 대기 중인 택시에 차례대로 탑승했고, 우리 차례에 온 택시기사에게 정찰제 금액을 한번 더 확인한 후에 탑승했다.

50유로인 것을 아는데, 55유로라고 하길래 나 50유로인 거 알고 있다고 했더니 택시기사는 팁이 어쩌고~~~ 그래서 토탈 55유로라고 했다.


원래 유럽만 가면 팁뿌리개로 변신하는 내가 생각했던 범위 내이므로 쿨하게 오케이를 외쳤다.




우리의 첫 여행지,

로마에서의 5일은 포폴로 광장 근처 아파트를 빌려서 머물렀다.

유명 명품브랜드 매장이 우리 아파트 1층이었고(유럽식으로 0층)

입구에서 턱시도를 입고, 중절모를 쓴 2명의 직원이 상시 대기중인 5성급 호텔이 우리 아파트 바로 앞이었다.



주황빛이 가득한 포폴로 광장 골목길에 들어서자

택시는 울퉁불퉁 돌바닥으로 요동쳤지만

우리는 그 흔들림마저 낭만있다고 여길 정도로 이미 로마의 밤에 심취했다.


좁은 골목마다 야외테이블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소리는 음악 같았고,

그들이 앉아있는 모습은 엽서 같았다.


아마 이대로 택시에서 내린다면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두둥실 떠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이 황홀한 로마의 밤이었다.



택시기사님은 정확하게 아파트 입구에 내려주셨고,

엄마에게는 택시문을 직접 열어주시며

절대 캐리어에 손을 못 대게 하고는 손수 짐을 하나하나 내려주셨다.


하마터면 "선생님, 이러시지 않아도 저는 이미 팁뿌리개입니다."라고 말할 뻔했다.


아파트에 들어간 우리는 사진과 똑같은 모습의 숙소를 보며 만족했다.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거실겸 다이닝룸


깨끗한 침대, 클래식부터 팝에 이르는 CD와 플레이어


침대맞은편 창문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왼쪽을 바라보면 포폴로 광장이,


오른쪽을 바라보면 명품 거리가 펼쳐져있다.



독일에서 살았던 적이 있던 나는

웬만해선 밤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근데 포폴로 광장의 유혹에 라당 넘어가버렸고,

나도 모르게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인근 슈퍼가 문을 안 열 수도 있으니 지금 나가서 물을 사자.'


'포폴로광장까지는 한 20미터만 후다닥 걸으면 되고, 지금 밖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위험하지 않아.'

결국 엄마와 팔짱을 끼고

주황빛 안갯속을 걸어 들어갔다.


골목골목 이리저리 다니면서

묘한 경계심과 설렘이 뒤섞여서

심장이 찌리릿거렸다.



슈퍼에 도착한 우리는 생수와 요거트, 약간의 간식 그리고 와인 1병을 샀다.


생수를 3병쯤 샀고, 와인도 샀으니 꽤 무거웠다.

근데도 여전히 내 몸은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았다.



짐이 무겁지 않았다면 우리는 골목 한 바퀴를 더 돌았을 수도 있다.



첫날 로마의 밤을 떠올리면 지금도 설렌다.



이 설렘을 가득 안은채 우리는 다음날 3만보를 걷는다.

새벽부터 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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