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부지런하다

마트표 육개장으로 저녁 밥상을 차려 보자

by 은토끼

“요즘 밥은 뭐하고 먹냐? 이렇게 날 추워질 땐 뜨끈뜨끈한 국물이 좀 있어야 밥이 넘어가지.”


며칠 전 엄마가 전화로 한 말이 생각나 오늘은 육개장을 끓여 먹는다. 물론 내가 손수 재료를 준비하고 간을 맞춰 끓여내는 건 아니고, 레토르트 식품을 사다가 말 그대로 끓이기만 한다. 그런데도 배달 음식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아주 조금 뿌듯하다. 제법 맛도 있다. 얼어 있던 속이 스르르 풀린다. 엄마 말이 맞아. 역시 날 추워질 때는 뜨끈뜨끈한 국물이 있는 걸 먹어야지. 벌건 국물에 밥을 꾹꾹 말아 후루룩 한 그릇 해치운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오늘 저녁으로 뭘 먹었을까?


엄마의 저녁은 오랜 세월 동안 나와는 비할 수 없이 정성스러웠다. 레토르트 식품 따위는 엄마의 부엌에 들어선 적도 없고, 손쉽게 맛을 낼 수 있는 시판용 조미료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을 금세 만들어냈다. 이런 계절이면 국물이 자작자작한 두부찌개나 시원한 가을무를 그득하게 썰어 넣은 꽃게탕 같은 걸 자주 끓이시고는 했는데, 음, 생각만 해도 속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오늘 엄마의 저녁은? 냉장고 깊숙이 숨어 있던 김치 몇 종류와 며칠째 데워 먹고 있는 된장찌개일 가능성이 높다. 딸들이 차례차례 집을 떠나고 엄마와 아빠 단 둘만 남은 저녁은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더 이상 엄마는 매일같이 새로운 요리를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생각하며 나는 이제야 알게 된다.


난 그냥 엄마가 부지런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부지런한 거였구나.


물론 나도 엄마를 사랑한다.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늘 엄마의 사랑에 비해 게으르고, 엄마의 사랑은 나의 사랑에 비해 한없이 부지런하다.


그리고 아마 이 차이는 영영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 레토르트 식품으로는 끝끝내 따라잡을 수 없을 엄마의 손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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