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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토끼 Nov 09. 2021

[직업 여행자의 밥벌이 다반사]당신의 여행을 응원하며

소소한 1인출판서적 소개

2013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온갖 직업을 떠돌며 경험치 만렙을 쌓은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이 등장한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쩔쩔매며 주위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정규직보다 더 당당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지금 다시 봐도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그건 달리 말하면 미스김 같은 캐릭터를 현실에서 만나기란 2021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힘들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직업 여행자의 밥벌이 다반사>에서도 비정규직으로서 느끼는 밥벌이의 고단함이 곳곳에 드러난다. 기껏 멀리 지방까지 면접을 보러 간 일자리는 내정자가 있기도 하고, 어떤 직장은 반일제 근무직인데도 전일 근무해야만 하는 출장을 수시로 보내 버린다. 어떤 곳은 일을 잘한다면서 일을 몰아서 주고, 어떤 곳은 아예 중요한 일은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무수한 직장들을 때로는 스스로 때려치우고, 때로는 타의로 그만두면서도 글쓴이는 쉬어갈 뿐 결코 주저앉지 않는다. 수많은 일들을 거쳐 간 경험을 연결하여 자기 자산으로 만들고, 일자리들마다 하나하나씩 쌓아온 인연들을 통해 또 다른 의미 있는 경험을 찾아간다. ‘직업 여행자’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녀의 일자리 여행은 비취빛 해변에서 즐기는 휴가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더라도 의미 있는 추억을 선사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값진 여행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요즘 유행하는 퇴사예찬론처럼 무조건 퇴사를 장려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상황이어도 누구는 20%의 불안과 80%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다른 이는 그 수치가 반대다.


불안보다 자유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면 N잡러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성찰을 놓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은 채 조곤조곤히 들려줄 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문득 이게 바로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미스김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드라마의 캐릭터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모든 업무 능력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긍정할 줄 아는 조용한 내면의 힘은 누구보다 강한 글쓴이에게,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N잡러들에게


당신은 충분히 멋진 직업 여행자라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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