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회사는 나를 갈아 넣는 법을 가르쳤다

by 강쪼꼬

나는 두 번째 회사를 다닌 이후에, 잡플래닛과 블라인드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두 번째 회사는 지금 돌아보면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의 회사였다.


엄마 아빠는 그래도 내가 한 회사에서 적어도 1년 이상은 근무해 보시길 원했고, 나도 이렇게 빨리 회사를 나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도 역시 2개월 만에 퇴사를 고하고 말았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곳은 잡플래닛 1점대의 회사였고, 모든 1점대의 회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1점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이 회사를 경험한 이후로는 친동생한테도 회사가 쎄하다면 빠른 판단이 인생을 덜 망친다고 늘 조언한다.

이곳은 굉장한 소문들이 많았는데, 첫 출근 날 오전 근무만 하고 퇴사한다고 나간 사람, 하루만 나온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지나고 보니 그 사람들이 위너였다. 나는 그 결과를 내리기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나 걸렸다.


입사 면접에서는 상식과 관련된 문제를 한 시간 동안 풀게 하더니,

입사 첫날부터 신입사원에게는 1년 동안 오후 9시 퇴근이 기본이라고 통보한다.

다른 사람들도 1년 동안 9시 퇴근을 준수해 왔기에 선택의 여지 없이 똑같이 적용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 말은 실로 사실이었다.


나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대학원 졸업생 분과 매일 밤 9시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9시 퇴근을 감시하기 위해 그 위의 차장님도 매일같이 9시가 넘어 퇴근을 했다.

유일한 장점은 그나마 천안에서 신입 초봉 치고 월급을 잘 쳐주었다는 것인데, 그것들이 모두 삭감되고도 마이너스 될 정도로 회사 환경이 너무도 안 좋았다. 나는 연봉 2,700에서 2,900의 직장으로 이직했지만,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입사한 지 며칠이나 되었을까 나는 또 까데기와 비슷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제품에 불량이 많았는데, 그 불량을 걸러내는 일이었다. 매일 눈알이 빠지도록 알갱이들을 보면서 모양이 이상한 불량들을 걸러냈다. 밀렸던 창고 재고 정리도 임무로 주어졌다.

한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신입사원인 나에게 제품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영업자분들께 교육시키게 했다. 한 달이 지났을 때에는 연구실에서 설거지 등 잡일을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 정말 답이 없는 회사였다.


금요일 밤마다 월요일 아침에 영업팀 교육할 자료를 준비하라는 전화 지시가 계속되었다. 주말에도 그런 지시들은 계속되었다. 나는 평일은 매일 계속되는 9시 퇴근으로 집에 오면 씻고 자기 바빴고, 주말에도 지속되는 전화 지시로 매일 시달렸다.

직원을 교육시키려는 건지, 괴롭히려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대표라는 사람은 매일 한 번씩은 코를 고는 소리가 사무실 밖으로까지 퍼져 나왔고, 직원들에게 비트즙을 직접 갈아서 대령하라든지, 라면을 끓여 대령하라든지, 손님이 왔으니 사과를 깎아 대접하라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오후 시간에 울려 퍼지는 대표의 코 고는 소리, 코를 자극하는 라면 스프 냄새가 일하는 사무실에 말이 된다는 것인가. 나는 실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주로 사과 깎는 일을 맡아서 지금까지도 사과를 빨리 깎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곳에서 내게 남은 것은 딱 하나… 사과를 빨리 깎게 되었다는 것이다.


음주가무를 좋아했던 대표는 일주일에 3~4번은 회식을 하자고 하였고, 직원들은 그에 매일 시달리는 듯이 보였다. 차악을 피해 나왔건만, 이곳은 더 최악이었다.


더 이상 천안 아산에는 좋을 회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서울로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월, 일 연재
이전 03화회사 일이 이게 맞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