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존재하기’라는 영상을 봤다. 유유자적 담배 하나 피면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저 오롯이 나로서 살아가기를 말하는 멋진 Chill Guy가 나오는 영상이었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 스스로 이것저것 해야 성장하지 않을까 하며 자기 계발 관련 영상도 보고, 관련 플랫폼의 프로그램도 신청할 생각인데, 내근 10시간 가까이 되는 내가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잠을 줄이면서 매일 독서와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하는데 벅차다. 머릿속에서 현재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비상 알림음이 울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더 뭔가 하려는 이유가 뭘까?
아마 두려움이 제일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곧 있으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으니 뭐라도 배우고 성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지금 본업으로는 재미도 보람도 못 느끼고 있다. 자극 추구가 타고난 기질이 나는 근무 중에도 자극과 호기심이 될만한 것이 있으면 새로운 장난감을 가진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기뻐하고 아이디어를 마구 내어 회사나 매장에 이익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외식업으로 이직하면서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쉽게 지치고 싫증을 낸다. 그래서 본업 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극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본업과 병행하면서 매일 하려고 하니 지친다.
‘사색에 잠기고 싶다’
‘사색에 잠기듯 그냥 존재하면 안 되나?’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일본 영화 <안경>에서 여자 주인공 타에코는 자신도 모르던 사색이라는 재능에 눈 뜨게 된다. 원래 영화 배경인 해변 마을 하마다에 올 때는 짐이 많았다. 그리고 여유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했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에 또 다른 주인공인 사쿠라 아줌마의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때 짐을 버리고 자전거를 같이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물리적인 짐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강박이나 걱정, 고민들도 짐과 함께 버려지는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인데, 나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물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나이에 대한 두려움을 바닥에 툭 놔두고 그냥 나로서 존재하며 앞으로 가고 싶었다.
100세 시대 마흔은 시간으로 따지면 아직 오후 12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리 초조한 걸까?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가지고 이룬 것을 비교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비교하지 말자. 부러워하지 말자. 괜히 타인을 경쟁자로 몰아붙이지 말자. 그저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규칙적으로 일하고, 남은 시간에 내 행복을 위해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