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이라는 게 뭘까? “
나다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지금 몇 주째 느끼고 있는 우울함과 공허함을 덜어내는데 도움이 될까?
내 이름 세 글자를 쓰고 나다움에 대해 쓰라고 하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름의 의미, 외모, 직업, 지나온 과거를 쓰면 술술 써질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분명 어렸을 때는 그림 그리기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그때의 꼬맹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며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억지로 일어나 억지로 출근하면서. 만약 내가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었다면 행복했을까? 그리고 나다움을 찾아 살아가고 있을까?
최근에 충동적으로 교보문고에서 책을 5권이나 샀는데 그중 2권은 그림에 관한 책이었다. 하나는 캐릭터 드로잉 그리는 작법서,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화보집이다. 이렇게 책을 사는 걸 보면 아직 그림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연습장에 드로잉 작법서를 보고 그리는데 재밌었다.
원래 내 이름은 아버지께서 본인이 이루지 못한 천문학자라는 꿈을 대신 이루기 바라는 마음에 은 은(銀)에, 강 하 (河)를 써 밤하늘에 떠있는 은하로 지었다. 하지만 지구과학에는 1도 관심 없이 그림 그리기와 이야기를 짓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빛나는 이야기를 짓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었다. 가세가 기울어져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한계에 부딪혀 그림을 포기하기 전까지 말이다.
지금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말하기 참 어렵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조울증에 걸린 음식점 직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의 상태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 마흔이든 쉰이든 예순이든 좋아하는 걸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이어가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증명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