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는 뽀송하게, 마음은 느긋이

by 으나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코인세탁방을 이용한다. 주로 이불을 세탁하기 위해서다. 원룸에 세탁기가 있지만 이 작은 세탁기에는 두꺼운 겨울 이불이 들어가면 꽉 찬다. 들어가 세탁하더라도 이불이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돈이 좀 들더라도 세탁과 건조까지 끝낼 수 있는 코인세탁방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근무지에서 일찍 퇴근하고 정신과를 다녀온 후, 집에 오자마자 밀린 빨래들과 함께 이불을 세탁하러 갔다. 마침 아무도 이용하지 않아서 편하게 원하는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보통 세탁부터 탈수, 건조까지 빠르면 1시간, 좀 걸리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세탁이 진행되는 동안 집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빨래와 함께 들고 온 북파우치를 꺼내 책을 읽는다. 아무도 없는 코인세탁방은 고요함 속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나는 포모도로 앱을 실행해 30분 정도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안과 근무지에서 항상 불안하고 긴장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긴장이 풀리며 책 속에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문장이 있는지 찾아서 줄을 긋는다. 이 시간이 참 즐겁다. 밀리는 주문에 맞춰 음식을 만드느라 긴장할 필요도 없고, 좁은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이며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나를 위해 집중한다. 이것이 참 감사하다. 장소가 코인세탁방이지만.

세탁과 건조가 끝나면 좀 귀찮지만 빨래 하나하나 접어 빨래 바구니에 넣는다. 딱히 건조기에 건조 시트를 넣지 않아도 뽀송뽀송하게 말린 빨래에서 기분 좋은 향이 은은하게 코 끝을 자극한다. 기분이 가벼워지면서 좋다. 막 세탁한 이불을 덮고 잘 생각하니 오늘 밤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내 우울증도 빨래처럼 세탁해서 깨끗이 없어졌으면 좋으련만이라고. 하지만 곧 약으로도 완치되지 않는 이 마음의 병을 평생 공생하기로 한 걸 다시 기억해 본다. 첫 번째 병원의 의사 선생님께 우울증을 완치할 수 없냐고, 우울증 약을 언제까지 계속 먹어야 하냐고 물어본 적 있었는데, 평생 먹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 우울은 그만큼 깊고 어둡나 보다. 그래서 나는 없애지 못한다면 갑자기 커져서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이 우울을 달래주자고 생각했었다. 그게 쉽지 않아 매일매일이 힘들지만. 그때마다 기분 좋은 일,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중 하나가 빨래다. 몇 없는 내 옷들과 내게 꿀잠을 선사해 줄 이불을 깨끗하게 해주는 코인세탁방에서 세탁도 하고, 긴장 풀며 책도 읽으며 우울과 잠시 거리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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