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선생님. 요즘은 우울함에 도달한 것 같아요. 괜히 마음이 슬퍼져서 남자친구 앞에서 울기도 하고, 조증 때는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쓰는 반면, 지금은 좋아하는 물건을 막 지르고 그래요. 거기다 안 좋은 기분을 떨쳐내려고 밥을 더 많이 먹으려고 하는 등 소비적으로 행동해요.
심리상담센터 선생님: 으나님. 그건...... 우울증이 아니라 조증인 것 같아요. 우울증이면 밥을 많이 먹거나, 무얼 살 힘조차 없어요. 조증이라고 해서 항상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에요.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감정을 잊기 위해 으나님처럼 행동할 수 있어요. 다행히 으나님은 양극성 정동 장애 2형에 속해서 심하지 않은 편인 것 같아요.
오늘 정신과에 가기 전, 심리상담센터에 들려 상담선생님과 이야기한 것 중의 일부다. 요즘 나의 기분은 엉망진창이다. 나는 조증이면 그저 신나서 모터엔진을 몸에 단 것 마냥 에너지가 넘쳐 끊임없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현재 기분은 무얼 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별 거 아닌 것에 짜증이 나고, 맛있는 밥을 먹어도, 재밌는 영화와 애니를 봐도, 좋아하는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 여기저기 둘러 다녀도 마음이 허하다.
의사 선생님: 마음의 공허함이 어디서 온 걸까요?
나:......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예술가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음식점에서 메이킹을 하는 자신이 불만족스러움에서 온 건지...... 열심히 벌고 있지만 그럼에도 노후가 걱정되는 허탈하는 현실에 공허한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버지를 어떻게 구할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해서 그런지.......
심리상담센터 상담이 끝나고 곧바로 정신과에 가서 같은 문제로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선생님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결국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스로 무엇 때문에 공허한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만 알면 그나마 내 조증이 나아지는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나의 공허함은 어디서 온 걸까? 이것이 오늘 내게 주어진 숙제다. 나 자신을 달래며 이야기하면서 공허함의 원인을 알아내기.
그리고 다시 소비 대신 생산적으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그 에너지를 아껴 쓰며 비축해두려 한다. 내 목표는 최대한 조증과 우울증의 주기를 완만하고 길게 늘여 경조증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약도 10년 안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실 이건 심리상담 선생님께서 정해주는 목표인데 나 또한 이렇게 바라고 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나는 내 의지를 한번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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