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식품이었으나 이제는 불호 식품이 되어버린 나의 모습에 대해
나는 보통 사람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살아가는 보통사람.
이따금씩 한겨울의 한풍이 불어올 때,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무더운 여름날 그저 속옷 한 벌만 걸치고선 잠에 들고는 한다. 지금은 피지 않았지만 대학 시절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점차 양이 늘어 취준생 때는 하루에 두 갑씩이나 태우고 말았다.
술은 자주 하지 않았으나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고약한 성질을 타고나 수명을 단축시켜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으로까지 만들었다. 나름의 목표와 나름의 다짐은 해가 갈수록 소박해져 이젠 모래알만큼의 양만 남아있는데, 계속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과거치 만큼 못하는 나를 스스로 다그쳤다.
어려서는 제법 큰 꿈을 꾸곤 했다.
공연히 커다란 연단에 서서 일장연설을 하는 스마트한 나 자신을 마주하곤 미래의 일에 뿌듯해했으며, 아름다운 여성과 동침하는 나를 보며 괜스레 두 볼을 밝히곤 했다.
그 시절의 나는 눈을 떠도, 감아도 달콤한 몽상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수백 번의 낮과 밤이 지는 동안 수백 가지의 원인 모를 무기력과 수만 가지의 실패, 수억 가지의 실망을 안겨주다 보니 이젠 퍽 마음이 동하는 일도 없어져버렸다. 그런데 왜일까.
봄이 오면 보라매공원에 핀 여러 봄꽃들, 이를테면 개나리, 목련, 진달래 그중에서도 벚꽃들과 날이 서늘해질 무렵 하나둘 빨갛게, 노랗게 변해가는 가로수를 보면 무심하게 핑 눈물이 돌곤 한다.
나는 올해로 스물 하고도 아홉이다.
무언가 새로운 감동도, 막연한 공포도 점차 사그라들어가는 요즘이다. 우연찮게 과거의 편린, 이를테면 밝았던 사진과 페북에 남긴 습작들을 들여다볼 때면 아스라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도 같다.
‘감정이 둔해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구나.’ 하고 나지막이 뱉은 독백도, 오랜 친구들과 만나 한동안 왁자지껄 떠들어도 청춘의 상실감은 그 존재의 부피를 늘려 가는 것만 같아 문득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수 분만 지나면 평온을 되찾는, 아주 불쾌한 평온을 찾아가는 내 자신이 싫어지는 날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