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을 깨는 방법
입안에서 하얀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날씨다. 하루가 힘들었기에 나는 발을 질질 끌면서 집으로 향한다. 건너 건너 있는 전봇대에는 희미한 불빛이 이어져서 비췬다. 골목 끄트러미엔 노점포가 하나 쓰러지듯 서 있다. 무엇을 파는가? 싶어 가까이 들여다보니 붕어빵을 판다고 한다.
요즘에는 붕어빵이 2개에 천 원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엔 5개에 천 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0년이 넘는 시간은 내게서 붕어빵 2개를 앗아갔다. 과연 그것만 앗아갔을까 싶지만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 포기한다.
끼익 거리는 붕어빵 틀이 뒤집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달달한 냄새가 풍기자 괜히 관심이 생긴다.
점포의 틈을 열고 대가리를 비집어 넣는다. 내 또래의 남자가 붕어빵을 고요히 굽고 있었다.
날씨가 추웠는지 귀는 빨갛고 입은 얼어붙어 제대로 열지도 못 하였다. 바들바들 떠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심정은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점장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말을 걸어본다.
"붕어빵 3개 주세요 슈크림 2개와 팥 1개"
"근데 가게 주인이세요?" 나의 메마리 같은 질문은 3초간 정적을 남기고 되돌아온다.
"아니요? 아르바이트생인데요?" 그는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을 한다.
"그래요? 노점도 알바가 있구나 혹시 얼마 받아요?"
"만천 원이요"
깜짝 놀랐다. 노점상 아르바이트가 만천 원이라니.. 그러고 보니 일이 매우 힘들고 추워서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와 많이 받으시네요" 다시 이어지는 침묵 속에 나는 생각한다.
3개에 천 원짜리 붕어빵을 팔아서, 그걸 다시 아르바이트생에서 시급 만천 원을 챙겨줄 수익이 나오나?
아니지 노점이니까 세금도 안 낼 거고, 붕어빵 원가 해봐야 팥이랑 슈크림만 사면 되잖아 충분하려나?
이어지는 생각 더미 속에서 붕어빵은 봉지에 담겨서 나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점포에서 나와야 했다.
대가리를 다시 추운 밖으로 꺼내고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이번엔 붕어빵 주인을 생각해봤다. 붕어빵 노점의 주인은 아마도 40대 이상이겠지? 아무런 증거도 없지만 아르바이트생까지 써가면서 영업을 할 거면 그 정도일 거다. 그러고 보니 엄청 편하겠네 당장 없어져도 손해 볼 거 없는 점포 하나 만들고 아르바이트생 쓰면서 부수입도 챙기고 아마 제대로 된 근로계약도 아닐 것이다. 애초에 장사 자체가 불법인 것. 생각해보니 뭔가 얄밉다. 노점은 없는 자들을 위한 것. 따지고 보면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인데 이것조차 기득권들이 차지하고 있다. 노점마저 하청을 받고 일하고 있는 내 또래의 젊은이를 생각하니 괜스레 열이 받는다. 붕어빵의 앞 대가리를 세게 물어뜯는다. 괜스레 화풀이 겸 물어뜯는다.
"앗! 뜨"
쏟아지는 뜨거운 팥에 입술이 데고 금방 제정신이 돌아온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각자의 사정이 있는 거고 점주도 아르바이트생도 각자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또다시 열등감에 휩싸여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미워할뻔했다.
고마운 팥이 내 입술을 물어뜯어서 제정신이 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