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라이팅: 순대
그냥 그런 존재를 느낄 때
누군가 출출했니?라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다만 위장의 허전함 보단 가슴의 공허함이 커서 뭐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입고 있던 수면 바지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시간 새벽 1시. 나는 패딩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이 시간에는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다. 텅 비어있는 거리는 어쩐지 내 가슴과 비슷하다. 괜시리 가슴이 추워 옷을 여매입는다. 길을 터벅터벅 걷는 소리만 들리고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저 멀리 문을 연 분식집이 보인다. 코로나 거리두기 시행으로 내부에서 먹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테이크 아웃만을 위해 장사를 한다.
닭꼬치 1500원, 어묵 500원.
닭과 어묵의 가치가 무려 3배가 난다니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나 혼자 납득 못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조용히 어묵 3개, 닭꼬치 2개를 주문한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는 무슨 비밀 얘기를 하듯이 소곤거린다.
"순대가 마지막이에요."
"네?"
"순대 마지막이라서 천 원이에요"
다소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려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해서 되묻는다.
"아 그러니까 순대가 마지막 하나 남아서 천 원으로 세일한다고요?"
"네 그래요"
나보고 남은 순대를 사가라는 은근한 압박. 차갑게 식어버린 순대의 양은 상당히 많아 보인다. 겉으로 봐도 맛없을 것 같은 느낌이 풀풀 든다. 묘하게 내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괜히 동정심까지 든다. 내가 사지 않으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나도 모르게 순대를 손으로 낚아채버렸다.
"이것도 주세요."
집으로 와서 꼬치를 먹고 어묵을 먹는다. 순대를 집어 한 입에 넣는다. 역시나 차갑고 맛이 없었다. 내일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저 멀리 순대를 치워놨지만 아마 나는 순대를 남길 것이다. 그냥 그런 존재였다 처음부터. 천 원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돈으로 버려도 괜찮을 딱 그 정도 존재. 어쩐지 나와 너무 비슷한 거 같아서 화가 난다. 싱크대에 그대로 부어버릴까 싶었지만 괜한 동정심이 들어 입 안에 잔뜩 욱여넣는다. 터질듯한 입엔 맛없고 차가운 순대가 가득하다.
난 뭘 위해 이러고 있는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