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라이팅 : 육개장
지나간 너를 이제야 보내주며
곯아떨어졌던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더니,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쓰여 있었다. '2016년 X월 X일에 세상을 떠난 --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분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분명 지친 몸과 마음이었으나, 이러한 갑작스러운 충격은 그 어떤 지침조차 단칼에 날려버렸다. 친하지 않았지만, 동기가 죽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오만 촉광의 다이아로 살게 된 이후로는 사실 상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그에게 나는 친구이기보다는 어떠한 지인 혹은 그 아래의 관계로 격하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 소식을 자느라 바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럽다.
장례식장에는 자식 잃은 그의 부모님이 울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그저 차갑게 영정만을 바라보고 계셨다. 정복을 입고 앉아 무뚝뚝하게 소주를 한잔 채우고 향내를 지워내려는 육개장을 한술 들었다. 들이킨 매움이 내 목을 일깨워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우자, 그제야 울먹거림이 치고 올라왔다.
그런 순간들이 떠오른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내리다가 문득 그 친구를 발견했을 때 연락하고 싶다는 욕망과 이제 와서 어색하겠지, 하는 망설임이 충돌했던 순간들, 그리고 언제나 망설임이 이기고 말았던. 그리고 그 순간들조차 이미, 그가 죽은 후였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그리고 미치도록 후회스럽게 만든다.
하필이면 그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 같이 훈련받던 시간들, 그가 연주했던 기타 소리까지 떠오른다. 너의 힘들어했던 시간 속을 지나쳐 이제 서냐 너를 기억하는 나를 용서하길 바란다.
그는 누구보다 잔잔했고, 파장이 크지 않은 친구였지만, 자신과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그만의 인향을 남기고 떠났기에, 그 점이 장례식장 속 우리를 굉장히 먹먹하게 만들었다.
정복을 입은 무리는 먹먹함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 육개장을 비워갔다. 같은 공간 안에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단 한마디, 한 호흡의 숨조차 뱉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비워갔다. 그렇게 몸에는 육개장과 향내를 담고, 마음에는 그가 남김 잔잔함을 담은 채 무리는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