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낄 수 없는 자리

철저하게 외면받았고, 가차 없이 버려졌으며, 명확하게 부정당했다.

by 천곰

가끔은 내가 낄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이 있다.


내 수준이 자리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의 충분한 깊이가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서 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러한 이유를 모르기에 모든 자리에 내가 다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는 저러한 이유를 알아도 내가 노력한다면 저 이유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끼었다.

그리고 이제는 저 이유들로 상처받고 아파할 내가 보이기에 그 자리를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게 말하면 감정이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를 둘러싼 모두는 알고 있다.

나는 그저 지나치게 예민하고 상당히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는 항상 나와 단둘이 무엇을 하는 것을 주저한다.

나와의 일정을 계획했더라도 제 3자가 그냥 요청하면 나와의 일정보다는 그 자리를 가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 3자를 껴서 같이 자리를 만들어보는 것을 제안한다.


나는 알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너에게 맞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도

나라는 존재가 너와 제 3자만큼의 깊이가 없다는 것도

그리고 너와 제 3자가 내가 같이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도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다시금 선을 긋는다.

마치 너와 제 3자가 편하게 자리를 갖기 위해 내가 빠져주는 척 말을 하면서 빠져나가고 싶어 한다.

누가 보아도 나보다 제 3자가 더 긴급하고 우선에 있는 것인데, 과연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또 아플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철저하게 외면받았고, 가차 없이 버려졌으며, 명확하게 부정당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이 아픔이 아마 너와 제3자가 함께하는 그 자리에서 내가 겪을 아픔보다 덜 아플 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오늘도 나는 밤을 지새우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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