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의 짐덩어리

나는 너를 본 것이 아닌 내가 기대하는 너를 보았던 것이다.

by 천곰

연인이 헤어지게 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소통되지 않는 서로의 기대치라고 한다.

대부분의 연인이 그러하듯 상대방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모습이 있고, 나와 너도 그러하다.

나는 예전 네가 말한 그 말을 기억하고, 그 말에 충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가끔씩 보는 것보다 짧게 자주 보는 것이 더 좋아요."


저 말을 들은 나는 짧게 자주 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내 일을 빨리 끝내서 너를 보려 했고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줄여서 너와 대화를 하려 했고

조금이라도 내 관계를 축소해 너와의 시간을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리만큼 너에게 밀린 숙제 같은 존재가 된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나에게 답장하는 시간은 느리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칼같이 답하고

아무 일이 없는 하루 속에서도 나와 있기보다는 스낵콘텐츠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나와의 일정은 늘 피곤하고 지치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일정에서는 에너지를 얻었고

나와는 가까운 미래를 생각도 않지만 모르는 사람과는 가까운 미래도 쉽게 꿈꾸었다.


이전에 써온 내 마음처럼 이미 나란 존재는 그저 버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에게 하나의 버킷리스트로서 같이 하고 싶은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나는 화이트데이에 너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던 중 너의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것이 생각났다.


너는 쑥개떡이 먹고 싶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런 너를 위해 남들이 화이트데이에 다하는 마카롱, 케이크, 초콜릿이 아닌 쑥개떡을 주문했고

너에게 이런 내 사랑하는 모든 마음을 담고자 어설프지만 직접 포장도 하고 손편지도 썼다.

그러나 내게서 선물을 받은 너의 표정은 썩어 문드러졌다.


'아, 이 짐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너의 표정을 본 나는 그저 식어만 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고민하고 준비한 너를 향한 선물에 대해 나는 말했다.


"그냥 버려도 돼. 결국 내 센스가 부족했던 거고 너를 생각하며 준비했던 내 마음이 그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짐이고 눈치가 보이는 거라면 그냥 버려."

네가 내 선물을 버렸는지 가져갔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결국 너의 찰나로부터 나는 이미 상처를 받아 아팠고,

내 선물은 그 순간부터 값어치 없는 쓰레기랑 다름이 없는 것이다.


나 혼자서만 기대한 너의 기대치가 결국 나를 혼자 다시금 아파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 밤도 또 하나의 실망과 슬픔을 채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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