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날의 거울
내가 고한 끝의 말이 갑작스레 당신에게 다가왔고, 당신의 마음은 그 어떤 상처보다 쓰라리고 아팠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 통증의 순간이 어느덧 1년을 넘게 지나 온 지금 내가 당신에게 잘 지내냐고 묻는 것은 염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지난 시간 동안 내가 당신을 기억한 만큼 조금은 편안하길 바랐습니다.
당신 없이 보낸 그 시간들 속에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당신이 응원해 주던 나의 꿈들을 하나하나 이루어나갔습니다.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있고,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자유의 시간을 만끽하고, 새로운 직업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한 줄로 정리된 근황의 점들이지만 점이 연결된 선 속에서 나는 당신을 사무치게 그리워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피웠던 우리의 웃음이 시들어버린 것만 같아 섣부르게 말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늘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해 주던 당신이었지만 나는 늘 당신의 마음을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그 선율에 흐르는 후회 속에서 나는 또 그렇게 무뎌져가고 있습니다.
내 힘든 시간 속에서 당신이 나와 같이 힘들어해 줬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나이기에 당신이 조금은 나를 덜 미워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라는 관계의 시작은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났던 것 같습니다.
밝게 웃으며 귀여운 당신이 좋아 쫓아다녔던 내가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는 주변과 더 큰 미래를 꿈꾸는 나 스스로를 외면하고 돌아서며 끝났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그때의 어떤 나도 남아있지 않아 당신을 생각하고 꿈에서 보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이젠 그 밝은 웃음을 지키고 새로운 행복을 찾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나를 속이며 숨죽여 우는 새벽입니다.
적어 내려가는 이 짧은 글에서도 나는 또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꾸었던 많은 밤들에 부풀어 넘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나는 이렇게 또 진상을 자처합니다.
지난 새벽 당신이 내 꿈에 나와 많이 아프고 힘들다 말하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였습니다.
그 꿈은 제가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를, 당신은 그 반대로 행복하고 웃기만을 간절히 염원하며 이 편지를 마치려 합니다.
뜨거운 햇빛이 화살처럼 내리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 찬 바람과 눈발이 흩날려 시린 날이 이어집니다.
아직도 당신이 그리운 저에게 내리는 벌이라 생각하며 겸허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당신에게는 따듯한 햇살과 싱그러운 풀꽃내음이 가득한 날만으로 가득 차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제가 당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만큼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겠습니다.
그 어느 날 문득 제가 당신에게서 기억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당신이 그립고,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