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라이팅: 크루아상

탁해진 오늘을 맑게 하는 추억 한 조각

by 천곰

"크루아상을 먹으려고."

"크루아상? 그냥 '크루아상 주세요.'만 외워서 가면 되는 거 아냐?"

"아냐. 그거랑 다르지 그 주인에게 크루아상에 맛에 대해 말해보기도 하고 얼마나 크루아상을 만들었는지도 물어볼 거야."


그녀 다운 대답이었다. 그녀는 수의학을 전공하는 친구였음에도 예술가적 기질이 넘쳤다. 지금은 많이 탁해져 버린 나의 감성을 가끔 떠올리는 그녀와의 추억을 통해 맑아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녀가 늘 별안간 연락 없이 나의 학교로 찾아왔고, 그 결과로 우리는 매번 같이 밥을 먹는 시간보다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먹는 시간들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그녀가 네시 반에 프랑스어를 배우러 학원에 간다는 말이 나오게 됐고, 그것에 대한 이유로 나온 것이 '크루아상'이었다. 그녀는 크루아상을 사면서 내 것까지 굳이 사서 가져다주겠다고 하였다.


그녀가 가고 난 뒤 나는 과제를 하기 싫지만 과제를 해야 하는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3시간 동안의 과제와 달리 평온한 도서관에서 나는 졸음과의 사투를 벌였다. 그녀의 대화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쓴 것일까? 그날따라 특히 더 졸렸다.


졸음은 사실 그녀와의 약속이 원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하던 학군단 오전 체력 단련과 캠퍼스 내에서는 혹시나 선배들을 마주칠까 늘 긴장해 있었다. 특히 교양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는 날에는 선배들을 피하며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다. 게다가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나는 수업이 끝나는 데로 서둘러 도서관 가장 구석진 자리로 도망쳤다. 다행히 빈자리가 보였고 나는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기쁘게 자리에 앉았다.


'크루아상을 먹을 거야.'


순간 지금 쯤 얼굴 모를 프랑스인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을 그녀가 떠올라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가 부럽다. 새어나간 가벼운 나의 웃음이 부끄러웠다.


'좀 이따 크루아상 사다 줄게.'


헤어진 직후에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읽으며, 그녀의 크루아상 먹기를 응원하였다. 이후 크루아상을 먹었지만, 사실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가끔 크루아상을 보면서 가끔 특이했던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탁해진 오늘을 맑아지게 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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