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다. 일을 하는것이 일종의 사명처럼 느껴졌고, 당장의 불확실함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많이 겁을 먹고있었다. 결국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지못했을 시기에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나올거라고, 다행히도 나는 그 시기에 이미 이직이 가능한 시기였다.
퇴사와 입사에서 한 일주일정도 텀이 있었다. 그게 꼭 나에게는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보면 쫄보 기질이 있어서, 무언가 도전하는게 무섭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행은 그랬다. 혹시나 혼자 여행갔다가 괜히 외로우면 어떻게하지. 지도를 못봐서 구글맵스를 키고다녀야되는데 복잡하면 어떻게하지. 게스트하우스에 이상한 사람 있으면 어떻게하지 뭐 그런 종류의.
사실 우스울수도 있다. 다른사람들 처럼 유럽여행 가는것도 아니고 단지 옆동네에 불과하고 비행기로는 2시간정도밖에 걸리지않는다.
그래서 그때도 페이스북에 그런글을 썼었다. 내 글을 내가 인용해보자.
막연하게 휴식이란 개념을 나는 오독하고있는걸지도 모르고, 고작 1주정도일뿐일텐데 뭔가 크게 달라질것같아 겁을 집어먹은적이 있다. 무언가 달라질까봐. 이상하게 세워놓은 내 기준이 흔들릴까봐? 아니다. 그냥 단순히 우물안 개구리라서 여행에 일종의 포비아를 느낀걸수도 있다.
어쨌든 우물안 개구리는 여행을 가려고 준비를 하고있었다. 가이드북도 사고, 일어 연습도 해보고, 2015년에서 아마, 가장 재밌던 경험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결국 5월 12일이 되었다. 프로그램스에서 신주쿠로 워크샵 갔을때완 다르다. 누가 대신 해주는게 아니고 모든 과정을 내가 준비해야됐다. 그날 늦게 일어나고 게이트를 잘 못찾아서 하마터면 못갈뻔했다.
겨우겨우 데드라인에 맞춰서 비행기를 탔다.
이 시기에도 나는 사실 긴장을 하고있었다. 왠지 비행기가 하이재킹 당하거나 혹은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난파당한다던지. 뭐 그런 이상한 상상들같은거. 스카이다이빙을 배워둘걸. 아마 다음번에 가면 옷안에 윙수트를 겹쳐입지않을까.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있었다. 한 10분쯤 되었을까? 드디어 굉음이 울리면서 비행기는 쫄보를 태운채 옆동네로 향했다.
도착했는데 그냥 뭔가 굉장히 생소했다. 서울같은 도시같으면서도 언어도 잘 안통하고, 사실 수속밟는데만 한 30분은 걸렸다. 긴장도 되고 사실 어느길인지 잊어먹어서 한참을 헤맸다.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꼭 내 직감을 믿지말고 화살표대로 가자.
지하철을 타고 기나긴 시간이 흘러, 난바역에 도착했다. 근데 난바역은..
사실 한국에서의 개념만 생각했더니, 난바역은 난바역인데 오사카난바역과 JR난바역으로 나뉜단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한참 헤매고 왔다갔다 거리다가 결국 같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울어물어서 빠져나왔다.
첫날은 그러다가 쿠로몬 시장을 갔는데,
시장이다. 먹을게 많은 시장.
다행히 이날 스케쥴이 겹치는 지인분이 계셔서 반나절정도는 따라다녔다. 시장에서 대략 밥을 먹고, 타코야끼를 먹고, 빵을 먹고, 꼬치를 먹고.
어. 뭐 아무튼, 그렇게 하루는 먹으면서 흘러갔다.
너무 먹어서 늘어진 뱃살을 질질 끌면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첫 친구는 나보다 한 5살정도 많은 일본 여성분이었다.
다행히 영어를 할줄 아시길래, 짧은 영어로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 직업은 IT쪽 종사하는 사람이고, 그쪽 직업은 아티스트라고 했다. 농담을 하고 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공책과 파스텔, 펜같은걸 꺼내더니 초상화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왜 그리냐고 했더니 특이하게 생겨서 남겨보고싶다고 농담을 했다
농담 아닌가? 어쨌든.
그렇게 약간 시간이 흘렀고 그녀는 돼지를 그려줬다 그림을 보여줬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맙다는 인사만 연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이미지가 없는건 부주의하게 내가 귀국하면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다가 찢어졌다.
이후에도 가끔 메일로 연락을 한다. 아직도 사진을 가지고있냐는 말에 액자로 만들어서 간직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게 참 미안했는데, 다음에 후쿠오카로 오면 꼭 도시 안내를 해주겠다고 한다. 언젠간 가보고싶네.
그리고 두번째 날.
오사카 가면 한번씩은 간다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로 갔다.
사실 이후에는 별 내용이 없다. 그냥 아침일찍 가서 더운날 혼자서 이런저런 어트랙션을 탔다는게 내용의 전부다. 궁서체가 없어서 명조체로 쓰는데 다음번엔 여자친구랑 왔으면 좋겠다.
뭐 드로리안 앞에서 사진도 찍고, 해리포터 테마존에서 실컷찍기도 했다. 테마파크는 관광객들이 무척 많다. 흔쾌히 사진 찍어주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친해져서 같이 다닌 중국인들이 있었다. 사실 좀 웃기는게 그 중국인들이랑은 말이 한마디도 안통했다. 그저 한국인인줄 알고 길 물어봤다가 모른다길래 그럼 같이 다니자고 제안해서 이런저런곳을 같이 다녔다. 밥먹을때도 그냥 맛있으면 따봉이고 맛없으면 썸즈다운이고. 오오- 우와- 같은 의성어만 내는 사람처럼 굴었다. 왜냐하면 영어로 해도 하나도 못알아먹었다. 내 발음이 후진 탓이 없지는 않을것이다.
거짓말 안하고 어떤 외국인이 싸이닮았다고 했다. 그래.
여기 이름이 생각은 안나는데 참 유쾌한 사람들이 많았다. 조심스럽게 사진찍어도 되냐고 동의를 구하니까 포즈를 너무 신나게 취하잖아.
어쨌든, 2,3일동안은 크게 특별한 일은 없었다. 저 술집에서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시종일관 만지작거리는 외국인에게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거리를 같이 걷고 술 한잔을 더하고.
꼬치집에 들어가서 혼자서 꼬치를 먹다가 부산에서 온듯한 여자 두명이 한국말을 하는걸 보고 "아 저도 한국사람이에요" 할까하다가 그냥 말았다. 참 아이러니했다.
참,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지만 가장 친했던것은 거기서 일하고있던 비슈누라는 친구였다. 뭐 사실 형이라고 봐야겠지만, 가장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했고, 예전에 IT회사에서 일했다고 하니까 엔지니어로 착각하길래 굳이 그걸 정정하진 않았다. 다행히도 그는 어려운걸 물어보는게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공개범위 설정 어떻게하냐는 그런 질문을 했다. 뚝딱 고쳐줬지.
다녀온지 한 1년정도가 됐는데 가끔씩 이야기하곤 한다. 왜냐하면 사실, 정말 대단한곳은 다녀온건 아니었지만, 우물안 개구리한테 벽 잡고 기어올라간 케이스가 다름이 없으니까.
요즘도 돈을 조금씩 모으고있다. 주변에서는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만날때마다 여행에 대한 내용을 듣고 어느정도 상상해본다.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언젠간 가게될거고, 다시금 지치게 될때 쯤 휴식삼아서 아마 한번 더 다녀오게 될 테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가나보다. 쉬기위해서, 잠깐이라도 현실을 잊고 순수하고 마음편하기 위해서.
참, 한 친구가 그런 얘길했다. 겁먹을때는 비행기 티켓부터 끊으라고 했다.
어디보자.
다음번엔 대만을 가봐야지.